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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0호 40판 2015년 1월 17일 토요일 20 네티즌들이 번역해놓은 놀라운 용어 중 하나가 ‘덕(德’) 이다. 영어로는 매니어를 뜻하고 일본어로는 오타쿠인데, 어감이 약간 다르다. 일본의 오타쿠에 비해 우리나라 인 터넷의 ‘덕’은 더 맛깔스러워졌다. 덕은 두 글자로 ‘오덕’, 세 글자로 ‘오덕후’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오’를 뺀 ‘덕후’라는 말이 일반명사화됐다. 무엇인가를 열정적으 로 좋아해서 전문가 수준이 되면 그는 ○○덕후가 된다.  알다시피 동양철학으로서의 덕에는 노력과 수양의 의 미가 포함된 가치관이다. 그래서 덕후는 무엇인가에 빠 져 정신을 잃은 편집광이나 도착, 중독자와는 다르고 맹 목적 추종자이자 논쟁을 즐기는 ‘빠’와도 사뭇 다르다. 네티즌들이 말하는 ‘덕후’란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 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에 빠진 경지를 스스로 통 제하고 즐기는 전문가다. 그것이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피겨나 만화, 정보기술(IT) 제품이라 할지라도 덕후에게는 탐험의 세계이자 풍류가 된다.  덕후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대체로 만화와 애니메이 션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3대 집안 몰락형 취미라는 자 동차·카메라·오디오를 비롯해 군사 무기·자전거·레고·패 션·음악·음식까지 실로 그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무엇인 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 이것이 디지털 세상의 전문가이자 교양인인 데, 덕후들이 바로 그들이다.  고가의 취미 제품을 과시하는 유형은 덕후로 치지 않 는다. 돈만 많을 뿐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과 다투 어 싸우는 것은 ‘덕’의 기준이 아니다. 덕후에게 취미의 대상은 인터넷 용어로 ‘케바케(Case by case)’다. 사람 마다 다름을 인정한다. 이런 점에서 덕후들은 자신의 취 미를 강요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즐긴 다. 그렇다고 집착해서 본업을 폐하거나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취미 생활의 일부분이고 비용은 배 우자의 허락 범위 내로 한계가 분명하다.  즐기는 방법 또한 닥치는 대로 모으는 수집형, 어원부 터 기능·종류 등을 파고드는 연구형, 최신 트렌드와 업 계 동향을 살피는 관찰형 등으로 다양하다. 여기 50대 사업가의 덕후질 사례를 보자.  인터넷 솔루션 개발업체 대표인 박원연 대표는 사적지 덕후다. 지난 5년 동안 매 주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전 국의 독립유공자, 남북 분단 관련 사적지를 찾아가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에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사적지들은 문화재가 아니어서 국가에서도 관 리하지 않고 시민들에게도 잊혀져 가고 있다.  그는 각종 기념비의 크기·모양·재질·위치를 가장 잘 분석하고 이해하는 전문가다. 우리 근현대사의 기록이 담겨 있는 각종 기념비들의 사진과 위성위치확인시스 템(GPS) 정보, 비문 등을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하 고 있다. 지금까지 구축한 정보만 4022곳, 사진 수만 4만 6337장이다.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못 갈 뿐, 어디에 있는 줄만 알면 끝까지 찾아간다. 이쯤 되면 사적 기념비 분야 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사적지 덕후다.  사적지 중에는 좌익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 우익에 의 해 희생된 사람들, 아버지가 세운 아들의 위령비, 충견을 위한 비, 잊혀진 의병들의 기념비 등 사연도 많다. 기념 비 성격상 좌우 이념에 의한 극단적 사례가 많지만 “딸 흰머리 뽑고, 며느리 검은 머리 뽑으면 대머리밖에 안 남는다”고 한다. 이념 구분 없이 모두 기록에 남기겠 다는 덕후다운 열정이다.  그가 구축한 정보는 대개의 덕후들이 그렇듯이 아낌없이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문화재 청은 못해도 덕후는 한다. 덕 없는 인터넷은 덕 뿐만 아니라 멋도 없다. seerlim@gmail.com 정부가 최근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새로운 학년 을 시작하는 시기가 현행 3월에서 9월로 바뀐다. 찬성 측은 길어진 여름방학에 다양한 경험을 쌓 기 좋고, 해외 유학 시 학기 차이로 인한 공백이 없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막을 대책 마련 이 쉽지 않다고 맞선다.  디지털 중앙일보(www.joongang.co.kr)가 유 쾌한 토론방 ‘디지털 썰전’에서 ‘신학기제 개편 논의 필요한 때인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 과 ‘개편 논의할 때’라는 의견이 60%(234명)로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 40%(158명)보 다 많았다(16일 오후 3시 기준).  개편 논의에 찬성한 사람들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도입을 논의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방학과 학기 기간을 효율적으 로 사용할 수 있고, 보편적인 학기제로 글로벌 시대 에 적합하다고 본다”(nabluer), “해외 시스템과 맞 춰 개편하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madlamb)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장점이 많다 면 개선 할 필요가 있지만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 도록 면밀히 살핀 다음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soobin1010)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에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낸 이들은 신학기제 도입 검토 결정이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우리 교육현장에 맞는 지 제대로 기초조사를 하고, 제반 제도를 제대로 점검해 봤는지”(ejspace), “좀 더 심도 있는 평가 후 논의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전시행정의 일부”(최 도원)라고 주장했다.  9월 신학기제 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응답 자들도 있었다. “여름이라고 체험할 게 많아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겨울에 학교 가는 아이 들이 더 힘들다”(yukky)는 견해였다. 세계 속으로 다 음주 한 국 오는 왕양 중국 부총리 왕양(汪洋·60)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다음주 한국 을 찾는다. 광둥(廣東)성 당 서기 시절이던 2009년 11월 처음 방한한 이후 두 번째다. 왕 부총리는 23 일 열리는 ‘2015 중국 관광의 해’ 선포식에 참석한 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7월 한·중 정상이 2015년과 2016년을 각각 ‘중국 관광의 해’와 ‘한국 관광의 해’ 로 지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왕 부총리는 2013년 10월 발효된 ‘중화인민공화국 관광법’에 의거해 설 치된 범국무원 관광 연석회의를 주재하는 책임자다.  왕 부총리는 중국 정계의 블루칩이다. 8669만 중 국 공산당원 가운데 25명에 불과한 정치국 위원인 그의 다음 포스트는 초미의 관심사다. 시진핑(習近 平·62) 정권은 “당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亡黨亡 國)”는 위기의식 아래 집권 이후 성역 없는 부패 척 결에 나섰다. 부패한 기득권과의 전쟁은 왕치산(王 岐山·67)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총지휘하고 있다. 당내 서열 6위인 왕치산은 2위인 리커창(李克强) 국 무원 총리 대신 ‘시왕(習王·시진핑과 왕치산) 체제’ 란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이 막강하다.  문제는 2017년 이후다.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 는 되고 68세는 안 된다) 인사 원칙에 따라 제19차 당 대회에서 왕치산은 은퇴해야 한다. 왕 서기는 지 인에게 “초읽기 심정으로 5년간 일할 것”이라 말했 다고 한다. 부패 관리들은 “염라대왕은 무섭지 않아 도 왕치산은 두렵다”며 그가 퇴임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홍콩 동방일보는 지난해 왕치산 후임으로 왕 양을 점찍었다.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 부패 세력의 맞수로 한문(寒門·가난하고 문벌 없는 집안) 출신이면서 강단 있는 왕양이 최적의 카드라고 덧붙 였다. ‘시왕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은 왕양 부총리 가 쌓아온 업적이 뒷받침한다. 게다가 왕양의 현직 인 경제부총리의 전임자는 왕치산이었다.  왕양은 입지전적 지도자다. 그는 1955년 안후이(安 徽)성 노동자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72년 병으로 부친을 잃었다. 생계를 위해 식 품 공장에 노동자로 취직했다. 그 대신 교사인 모친의 엄한 가르침을 받았다. 문화혁명의 풍파 속에서도 왕 양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능력만으로 생산소조 조장을 거쳐 주임에 발탁됐다. 운도 좋았다. 훗날 장 인이 된 주화성(祝華生)의 추천으로 쑤현의 5·7간부 학교(마오쩌둥의 ‘5·7 지시’에 따라 각지에 설립된 간 부재교육 학교) 교사가 됐다. 79년에는 중앙당교 청년 간부 양성반에 선발돼 대학 학력을 갖췄다. 혁명 원 로와 고위 관료 아버지를 둔 자제들, 즉 홍이대(紅二 代)와 관이대(官二代) 속에서 왕양은 라오바이싱(老 百姓·일반 백성)의 대변자다.  후견인도 화려하다. 덩샤오핑(鄧小平)·주룽지(朱 鎔基)·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 모두 왕양의 우군이 다.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권좌에서 물러난 덩샤오핑 은 근심이 가득했다.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정치가 경 제를 압도했다. 91년 수세에 몰린 덩은 주룽지 당시 부 총리를 통해 상하이 당 기관지인 ‘해방일보’에 개혁· 개방을 고취하는 기사를 싣게 했다. 91년 11월 때마침 안후이 퉁링(銅陵) 시장이던 왕양이 동릉일보(銅陵 日報)에 ‘잠에서 깨자, 퉁링’이란 기명 칼럼을 실었다. “역사는 우리가 낡은 계획경제에서 편한 잠을 자도록 허용하 지 않는다. 반드시 사상을 해방해야 한다. 경직 되고 낡아빠지고 폐쇄된 사상 관념을 버려야 한다” 는 내용이었다. 베이징이 주목했다. 유력지 경제일보 가 ‘잠에서 깨어야 할 도시는 퉁링만이 아니다’란 제 목으로 왕양의 칼럼을 전재했다. 왕양이 덩 대신 일선 에서 사상 해방의 혈로를 뚫은 셈이다. 92년 덩은 남 순강화를 마치고 왕양을 직접 만났다.  베이징에 돌아온 덩은 주룽지에게 “왕양은 뚜렷한 사상을 가진 인물이다. 중앙에서 양성할 만한 젊은 이”라며 후견을 지시했다. 이듬해 왕양은 38세 나이 로 최연소 부성장에 올랐다. 후진타오와는 중앙당교 교장·학생 관계다. 왕양은 공청단파로 분류된다. 하지 만 베이징 공청단 중앙 업무 경력은 없다. 파벌 정치 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다. 시진핑도 왕양 을 인정했다. 2012년 12월 총서기 취임 후 첫 시찰지로 왕양이 당 서기로 있던 광둥을 선택한 것이 증거다.  왕양은 개혁가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 평하다를 직속 간부에게 권할 만큼 시대 조류에 민 감했다. 2007년 당 서기를 맡고 있던 충칭에서 최악의 알박기 사건이 터졌다. 아파트 공사터의 주택 소유자 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4년째 철거를 거부했다. 때마침 중국 정부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물권법을 반포했다. 왕양은 외신기자의 취재를 막지 않았다. 정 공법을 택했다. 관할구 당 서기를 통해 중재를 성사시 켰다. 중국 리더십 전문가인 양중메이(楊中美) 박사 는 당시 충칭의 왕양을 “‘헌법’을 존중하는 ‘왕양(큰 바다라는 의미)’은 정치 풍파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 제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으며 전국 인민과 함께 중국 현대화의 봄을 추구하고 있다”며 장더장(張德江) 당 시 광둥성 당 서기와 대비해 호평했다.  55년생 왕양은 19기뿐만 아니라 2022년 시작되는 20기 상무위원까지 연임이 가능한 나이다. 2017년 홍 콩은 행정장관을 보통선거로 선출한다. 같은 해 베이 징에서 열릴 제19차 당 대회는 정치 개혁이 민감한 화 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왕양은 2012년 연말 해방구를 만들어 부패한 지방관리와 맞서 싸운 우칸(烏坎) 사 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부패 척결 업적도 탁월했 다. 개혁가 왕양의 방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염라대왕’ 왕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치산 뒤이을 중국 정계 블루칩 2017년 물러날 왕 서기 후임 유력   시진핑 부패와의 전쟁 힘 실을 듯  17세에 부친 잃고 노동자로 출발  정치국 위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잠에서 깨어나자” 사상 해방 강조  덩샤오핑·후진타오도 높이 평가 2012년 12월 총서기 취임 후 첫 지방 시찰지로 광둥을 찾은 시진핑 주석(가운데)을 왕양 당시 광둥성 당 서기(왼쪽)가 수 행하고 있다. 뒤로 개혁개방의 성지로 불리는 선전시 롄화산 공원의 상징인 덩샤오핑 동상이 보인다. [중앙포토] “미·중 이혼 안 했으면  ” 유머도 왕양 부총리는 2013년부터 왕치산에 이어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와 미·중 통상무역합동위원 회(JCCT)의 중국 측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12 월 17일 미 시카고에서 열린 25차 JCCT 포럼에서 왕 부총리는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도 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은 미국의 55%, 1인당 GDP는 미국의 8분 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제 질서 형성에 필요한 규칙을 만 들어가는 데 있어 미국의 지배적 위치에 대해 중 국은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 국 개혁·개방 이전부터 미국의 리더십하에 만들어 진 세계 경제 질서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건설 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왕양 발언 중 민감한 부분은 보도하지 않 았으며 영문 기사에서 해당 부분을 추후에 삭제 했다. 왕양은 2013년 제5차 워싱턴 미·중 S&ED 에서 “(중국과 미국이) 이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 다. 루퍼드 머독과 웬디 덩이 이혼하는 걸 보니 대 가가 너무 크더라”는 유머를 선보였다. “글로벌 추세 맞춰 9월 신학기제 도입을” vs 개편 효과 없 고 혼란만” 사적지 4022곳 정보 수집  디지털세상 신인류 ‘덕후’ 취미 넘어 몰입을 즐긴다 경북 경산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조웅씨는 수집형 덕후다. 그동안 모은 피겨·영화 소품 1만 점으로 매장을 꾸몄다. 임문영의 호모 디지쿠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9월 신학기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논의할 때다 논의할 필요 없다 60% (234명) 40% (158명) 박원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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