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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301 차별을 두었다. 그런 저녁을 막 먹고 우리 앞에 나타난 차 대장은 불쑥 이렇게 물었었다. “오뉴월 똥개를 왜 잘 먹이는 줄 아는가?” “ ......?” “제때 잡아먹기 위해서다” “와, 하하하!” 졸지에 똥개가 된 우리들은 함성을 지르며 그 실없는 농담을 받 아들였다. 빨치산들은 우리를 ‘개’라고 불렀던 것이다. 차 대장 부대는 생포하거나 투항해 온 적을 학대한 적이 없 었다. 한겨울 어느 날 국무총리 서리가 우리 부대를 방문했을 때였 다. 사열대에 오른 장택상 씨는 연병장(전주공업고등학교)에 세워 놓은 전투대원 앞에서 연설을 하려다 말고 손수건을 꺼내었다. “여러분이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부끄럽기 한이 없습니다.” 정치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우리는 모두 남루한 여름 전투복 위에다 미 육군으로부터 불하 받은 외투를 걸치고 머리에는 미 해군 방한모를 쓰고 있었다. 화력이 더 좋고 전투경험이 더 풍부한 여느 토벌대보다 차대장 의 부대가 앞섰던 것은 부하들과 호흡이 맞는 대장의 리더십이 었다. 그가 아끼는 제자에게 지휘를 맡긴, 학병으로 주축을 이룬 특공 대는 무주 구천동에서처럼 혀를 찔리고 적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차 대장이 진두지휘한 본부중대에는 그런 결사대 엘리트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집중사격을 받은 경기관총 사수 1명 이 외에는 무사히 무풍장으로 후퇴할 수가 있었다. 차 대장은 용병술과 판단력에서 언제나 믿음직한 리더였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