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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20 “서장님 출근 첫날에 대단히 죄송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일은 저와 식구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입니다.” 차일혁은 전투경찰로서는 겪어보지 못한 민원을 처음 대하게 되니 내심 당황해 하며 그의 말을 들었다. 그의 이야기인즉 지난 일 년 동안 경찰서에 문구 잡화를 외상으로 납품하였으나, 그 대 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얼마 전 부산에 서 물품을 구입해 오다가 공비들의 기습으로 물건을 모두 빼앗겨 당장 호구지책(糊口之策)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가 내민 외상 청구액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차일혁은 경무계장을 불렀다. 경 무계장은 손 某를 보더니 그에게 역정을 냈다. “서장님에게 이런 일을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합니까?” 차일혁은 경무계장이 손 某에게 소리지르는 것을 보다가 성질 이 치밀어 손 某를 내보내고 경무계장을 나무랬다. 경무계장은 죄송하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저 사람이 얼마나 딱했으면 나를 직접 찾아왔겠소? 외상의 반 만이라도 우선 갚아 주시오.” 일선 경찰서장이 되어 처음 겪은 이 일은 차일혁에게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았다. 경찰서장으로서 경찰서 재정보다 민생을 우선 하는 모습을 보인 첫 사례였고, 이후에도 일관된 모습으로 민생문 제를 처리한다. 1951년 12월 1일 0시를 기하여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충청남 북도에 걸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계엄사령관에는 이종찬 소 장, 지리산 야전군 사령관에는 백선엽 소장이 임명되었다. 지리산 야전군에는 송요찬 준장의 수도사단과 최영희 준장의 8사단이 배 속되었다.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공비토벌을 위해 지리산 야전사령 부가 구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