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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ii - 영문도 모른다고 할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후에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벌어진 부질없는 골육상쟁 동족상잔이었다고… - 서남지구 전투경찰대 제2연대장 총경 차일혁 경찰종합학교 강의동 로비에는 차일혁 총경이 남긴 위 글이 걸 려 있다. 그러나 차일혁 총경은 항간에 빨치산 이현상을 사살한 전과를 올린 경찰 토벌대장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빨치산을 소재 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은 이현상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경우 가 많고 차일혁 총경은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 단역으로 처리되 어 잊혀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일혁 총경은 소신을 가진 원 칙주의자면서도 경찰 외적인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을 지 닌 경찰 지휘관이었다. 이념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대에, 체제 유 지를 위해 살인의 면죄부가 주어지던 시대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박애정신으로 충만했던 경찰 지휘관이기도 하였다. 경찰 지휘관이 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가 보여준 기개와 용기, 배짱은 팍팍 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잠깐씩 낭만적인 상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차일혁 총경에게 열광하는가? 본서는 암울했던 시대 를 살았지만, 원칙과 소신, 기개와 배짱, 이념을 초월한 민족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