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page

섹스 폭력과 함께 가장 광범위한 계층에 어필할 수 있다. 상업주의가 극에 달하 면서 섹스는 모든 문화에서 으뜸 화 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에 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애절함을 나누는 최재성과 채시 라의 짙은 키스신은 당시로서는 금기를 깬 연출이었다. 그 이후 TV에서 키스 신은 예사다. 좀더 농도 짙은 베드 신들이 속속 등장했다. 폭력 TV에서 폭력(violence)은 부정적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요소가 분명 있 다. 폭 력으로 성공한 드라마가 <모래시계>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폭력성 드라 마들이 선 보였고 아직도 폭력은 한국 TV 드라마의 중요 코드다. 그러나 할리우드 액션 에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시청자들은 어지간히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못하면 채널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러나 폭력을 위한 폭력, 아무런 당위성도 없는 폭력, 시청자들은 고개 를 돌릴 수밖에 없다. 오락으로서의 폭력도 이제는 정교하지 않으면 먹히지 않 는다는 것을 뜻한다. <모래시계> 이후 깡패들이 주인공인 영화나 TV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 왔지만 제대로 인간을 그린 드라마가 없었다. 그 이후 주인공이 성공을 위해 조 폭에 몸 담는다든지 혹은 조폭에 맞선다는 설정이 드라마의 성공요소가 됐다. 그러 다 보 니 자연히 집단 패싸움, 정의를 방자한 폭력, 밥만 먹고 싸움질만 하는 깡패, 정형화된 보스, 여기에 등장하는 부잣집 딸,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 는 구태 의연한 구성, 식상한 연기, 외국영화에 비해 어설프기 짝이 없는 폭력 장면, 이런 것들이 TV 드라마를 삼류로 만들고 있다. 드라마에서의 폭력은 ‘질서와 대립’의 요소다. 질서를 파괴하려는 자와 이를 지키려는 자의 갈등이 폭력의 형태로 나타난다. 살인이 행해진다. 질서 가 파 괴된다.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행해진다. 폭력을 야기한 자는 자기가 설정 한 어떤 목표에 도달하도록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질서를 지키려 는 자 들은 이를 저지하려고 한다. 이로써 불안은 야기되고 드라마는 위기로 치닫고 시청자는 재미를 느낀다. 질서의 회복은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테마 일 수 있다. 따라서 드라마는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지 나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