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page


26page

보신각 새종 여기 보신각에 본디 있던 옛종은 조선 세조 14년 서기 1438년에 만들어져서 처음엔 사찰에서 불사에 쓰이다가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19년 광해군 11년부터 이곳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여 서민들에게 새벽과 밤을 알려왔는데 그만 일제시대에는 민족 수난의 상징처럼 벙어리가 되었고 해방 후에야 다시 울리기 시작해서 재야에는 새해 새아침을 알리는 축복의 종으로 또한 3.1절과 8.15에는 민족의 독립을 일깨우는 광복의 종으로 겨레의 가슴 속에 울려 새겨지며 5백 17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유서깊은 옛종은 수명이 다함에 따라 그것을 영구히 보존하고 이와 갈음할 새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신문사의 발의로 1984년 1월 20일 보신각종 중수위원회가 발족하여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한 온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그 제작을 전문가들에게 맡기어 5백 40여일 만에 새종의 완성을 보아서 뜻깊은 광복 40돌을 맞아 첫종을 치게 되었다. 이 새종은 단순한 옛종의 복원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양식과 현대 감각을 조화시켜 만든 예술과 과학의 어우름으로서 약진 한국의 슬기와 솜씨가 배어 있으며 면면한 이 나라의 시급한 통일과 무궁한 번영을 축원하는 온 겨레의 마음과 정성이 스며져 있다. 이처럼 이 새종에는 범국민적인 호응과 협력이 있었으나 여기에 그 사실을 일일이 밝히지 못하고 오직 이 일을 맡아 앞장서 애쓴 몇 기관과 몇 분들만의 이름을 아래에 새기며 모든 이들의 공덕을 함께 기리는 바이다. 1985년 8월 15일 주관 보신각종 중수위원회 위원장 윤보선, 운영위원 이종찬 이우세 염보현 구본석 김원룡 문태갑 서정화 정수창, 집행 서울신문사, 설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부속 생산기술연구소, 감리 염명하 이장무, 조각 강찬균, 주조 성종사, 글 구상, 글씨 이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