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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顧偶吟(자고우음) -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笑仰蒼穹坐可超(소앙창궁좌가초) :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回思世路更焦憔(회사세로경초초) :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 지네 居貧每受家人謫(거빈매수가인적) :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亂飮多逢市女嘲(난음다봉시녀조) :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萬事付看花散日(만사부간화산일) :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일생점득월명소) :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也應身業斯而已(야응신업사이이) :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漸覺靑雲分外遙(점각청운분외요) :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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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鄕(사향) - 고향생각 西行己過十三州(서행기과십삼주) /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此地猶然惜去留(차지유연석거유) /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雨雪家鄕人五夜(우운가향인오야) /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山河逆旅世千秋(산하역려세천추) / 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莫將悲慨談靑史(막장비개담청사) /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須向英豪問白頭(수향영호문백두) / 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玉館孤燈應送歲(옥관고등응송세) /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夢中能作故園遊(몽중능작고원유) / 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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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을 읊다(詠笠:영립) - 내 삿갓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목견경장수야독) /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 /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 /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 /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속자의관개외식) /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만천풍우독무수) /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