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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증언한다. 이 나라 민중의 혈관 속에는 폭력에 꺾이지 않는 기개의 맥박이 살아 숨쉬고, 정의를 위해 생명을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 치고 있음을! 기미년 3월 1일 파고다공원의 독립선언으로 왜구의 말굽 아래 십년 짓밟혀온 겨레의 분노에 찬 함성이 활화산 터지듯 삼천리 방방곡곡에 만길 불꽃을 뿜었다. 풍광도 화려한 울진은 불의에 좌시하지 않는 유서깊은 행동의 고장이다. 와신상담하던 이곳 선구자들, 독립선언에 고무되어 매화,울진읍,흥부의 장날을 가려 봉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4월11일 매화 장터의 수백 군중이 외친 만세의 위세는 ??산의 기상보다 더 높았고, 4월 12일 울진읍 장날의 거사는 선도자의 피검으로 불발되었으나 4월 13일 흥부 칠보산, 새말 배골재의 주야에 걸친 만세의 물결은 동해의 노도보다 더 거세었다. 충의의 혈통을 이어온 이곳! 애국애정의 피맺힌 절규는 천지신명에 사무쳤을 것이요, 장날따라 연이은 봉기는 이 땅 지켜온 선열들의 넋을 달랬을 것이며, 서리같은 총칼앞에 불을 뿜는 만세의 고함은 동해의 풍랑을 타고 섬나라 산야에 역사의 응징으로 메아리쳤을 것이다. 이고장 충절의 후예들은 그 거룩한 정신과 그 용감한 기백을 천추만세에 전하고자 의거의 발상지 매야 동산에 정성을 모아 기념탑을 세우나니 지나는 사람들의 귀속마다 그때 지사들의 우뢰같은 만세의 함성이 들릴것이요.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마다 자주 자존 평등의 3.1정신을 되새기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