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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기미독립만세기념탑 건립 취지문(蔚珍己未獨立萬歲紀念塔 建立 趣旨文) 어느 민족이나 국가든 그 문화의 질과 양에서 그 우열을 가늠하게 됩니다. 우리 겨레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에서부터 기사나 무사적 감투정신보다 선비적 지조로써 민족정기를 삼아 질높은 문화를 누려온 문화민족입니다. 그러기에 늘 대륙과 해양의 외세로부터 잦은 침략을 받아 왔으나 그때마다 단합된 힘으로 극복하여 금수강토에서 고유문화를 계승하며 반만년을 이어 왔습니다. 돌아보건대 기미만세운동은 밖으로는 외세의 압박과 침탈로부터 민족의 자존과 자주독립을 세계만방에 외친 수난극복의 절규였으며, 안으로는 겨레의 자긍심을 드높인 자성의 계기였고, 또한 폐쇄의 구각을 허무는 각성의 진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3.1운동은 오천년 한민족사의 위대한 장거며, 세계인류사에 불후의 의거라 하겠습니다. 기미년 3월 1일 파고다 공원의 독립선언으로 점화된 만세 이 진동이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때 우리고장 울진에서도 개안의 지사들이 자신의 희생을 무릎쓰고 울분에 찬 군중을 일깨워 태극기 치켜들고 조선독립만세를 소리 높이 외치며 주권을 빼앗긴 동포의 분노를 토로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고장의 이러한 장거가 조국광복으로부터 40여 성상이 흐른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념분쟁과 능률주의에 가리어 진지한 논의 한번 없이 뒷전에 떠밀린 채 뜻있는 분들의 자괴의 탄식과 자조의 냉소만이 늘어갈 뿐 세인의 관심 밖으로 묻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현창되어야 할 의로운 사실일진대 선조로부터 이어받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이 고장에 사는 오늘의 우리는 당면현실이 긴박하고 당위지사가 산적하다 하더라도 그 거룩한 3.1정신을 상징할 기념사업을 다시 뒷 세대로 미루기에는 무엇보다 역사의식의 결여라는 냉혹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군민의 양심에 호소, 우리의 정성으로 기념탑을 건립하여 그 애국지사들의 장한 뜻을 기리며, 자주독립.민족자존.인류평등의 3.1정신을 이어받고, 정의로운 겨레의 정기와 평화를 사랑하는 문화민족의 긍지를 일깨우고 되살려 이고장 역사의 증언대로 나아가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승화시켜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는 우리에게 민족의 정기와 충의의 전통을 잇는 역사적 과업이요 향토애를 응집하는 시의적 사업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