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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옥중분시(己未獄中憤詩) 음설록(飮雪錄) - 기미년 옥중에서 분개하여 쓴 시 / 분을 씻어 삼기며 씀 영양분음일절(英陽憤吟一絶) / 영양옥중에서 분함을 읆음 / 물와 오석준 찬(勿窩 吳錫浚 撰) 1. 국난을 극복할 일, 주야로 생각하니 나라 안에서 뜻을 같이할 남아(男兒)는 몇이나 될까 가슴속에는 당당한 정의가 살아있건만 왜놈이 노려보며 단도를 휘두르는구나. 달성감옥여동지음(達城監獄與同志吟) 2. 나라 위한 작은 정성으로 가사(家事) 돌보지 않고 고생을 참고 벼르다 보니 밤은 곧 새는구나. 십 년이나 머리에 원수의 하늘을 이고 살았으니 이 땅에도 곧 봄이 돌아와서 영원히 무궁화 피리라. 머리 깎은 서생도 가히 웃으며 돌아오지만 마음에 있는 길이 막히니 또 슬픔이 더하는구나. 모름지기 어떻게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피하기만 하면 마침내 뜻을 이룰 이 저 속엔 많으리라. 3. 긴 장마 궂은비는 어찌 개지 않고 내려서 누워도 들리는 건 긴 강의 불평이로구나. 만국의 풍조는 여러 모습으로 변하여 가는데 사십 객 서생은 부끄러워서 소리도 없네 금수(禽獸)와 같은 그들을 어찌 모름지기 용서하리 나에게도 밝은 세월이 절로 있으리라. 오래 간직한 굳센 기질은 살아 있는데 날마다 바라는 세월은 언제나 이뤄질고. 4. 근심에 잠긴 공산에도 그 뒤는 푸른데 한 봄은 무슨 일로 이곳을 지나갔는고. 천년을 지켜온 나라에 슬프다 주인이 없으니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죽음을 위로하는 것 같네. 소무가 변함없이 한절을 갖고 있는 것처럼 그대를 안고 진나라 조정에서 울고싶구나 어떻게 하늘의 뜻을 고르게 들려서 재앙을 통쾌하게 쓸어내고 태평세계 맞이할까. 경성형무소이감시여달성옥동지(京城刑務所移監時與達城獄同志) 서울감옥(監獄)으로 옮길 때 달성감옥(達城監獄)에 같이 있던 동지(同志)에게 5. 늦게야 그대의 얼굴을 안 것은 또 나라 일이 어렵기 때문이었네. 오로지 마음을 나라 위해 바쳤다가 천리 먼 곳에서 함께 잡힌 몸이 되었구나. 이로운 이기는 모름지기 때에 따라 움직여도 높은 옷깃 이르는 곳은 마음도 너그러우리 끈끈한 맺은 정이 서로 헤어지게 되면 틀림없이 늙어서나 만나기를 기약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