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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가(順天歌)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호남 순천을 구경 가자. 장대(長臺)에 봄이 오니 양유천만사(楊柳千萬絲)요, 죽도봉(竹島峰)에 구름이 일어 만성명월(滿星明月)이 삼오야(三五夜)라 동천(東川)을 건너 환선정(喚仙亭)에 당도(當到)하니 지당(池塘)에 백련화(白蓮花)는 맑은 향기 넘쳐있고 류지(柳枝)에 앵앵(嚶嚶)한 꾀꼬리는 벗 부르는 소리로다 중중(重重)한 녹음중(綠陰中)에 활을 쏘는 다수(多數)의 무사(武士)들은 애애동기(藹藹童妓) 더불고 백보천양(百步穿楊)을 다투더라 이수(二水)를 건너 삼산(三山)을 당도하니 청천삭출(靑天削出) 삼각봉(三角峯)은 반공(半空)에 솟아있고 구만리(九萬里) 맑은물은 용당(龍堂)으로 돌아든다 향림사(香林寺))를 당도하니 성시지척(城市咫尺)에 선경(仙境)이 완연하구나 차산승지(此山勝地) 벽계성(碧溪城)은 과연 헛말이 아니로구나 비봉산(飛鳳山) 저문날에 법당의 종소리는 동구적막(洞口寂寞)을 깨뜨린다 난봉산(蘭鳳山)에 올라 고려장군(高麗將軍) 박난봉(朴蘭鳳) 분묘(墳墓) 고적을 찾아보고 임청대(臨淸臺)에 올라 퇴계선생(退溪先生)의 필적(筆跡)과 한훤당(寒暄堂) 선생의 옥천서원(玉川書院)을 찾아본 후 연자루(燕子樓)에 올라 사면풍경을 바라보니 반구정반도화발(伴鷗亭畔桃花發)이요 팔마비전(八馬碑前) 벽옥류(碧玉流)라 손랑(孫郞)은 어디가고 호호가인(好好佳人)은 제비가 되어 연연(戀戀)한 봄바람에 누상(樓上)에서 춤을 춘다 용두포(龍頭浦)로 내려가니 용포어선(龍浦漁船)들은 낙조(落照)를 가득싣고 애내성(欸乃聲)을 부르더라 신성포(新城浦)로 돌아드니 충무공사(忠武公祠)에 이르러 이순신장군(李舜臣將軍)과 정운(鄭運) 송희립장군(宋希立將軍)의 영정(影幀)에 참배(參拜)하고 별량첨산(別良尖山)을 향(向)하여 송천사(松川祠)에 이르러 임진충의(壬辰忠義) 청년장군(靑年將軍) 김대인(金大仁) 사적(史蹟)을 찾아본후 도선암(道詵菴)을 지나안동(雁洞)을 돌아드니 동천미우(洞天微雨) 행화비(杏花飛)는 정처사(鄭處士)의 놀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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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五峰山)하 추차중(推此中)에 불재를 넘어 낙안(樂安)을 당도하니 임경업장군(林慶業將軍) 사당(詞堂)도 웅장(雄壯)쿠나 청풍(淸風)은 백이산(伯夷山)이요 백운(白雲)은 금강암(金剛庵)이라 만고충의(萬古忠義) 관성대제(關聖大帝)의 영정(影幀)에 참배(參拜)하고 조계산상(曺溪山上)에 올라서니 선암사(仙岩寺) 풍경을 바라보니 만산구추(滿山九秋) 고운 단풍은 황금세계를 이루었고 법당에 염불하니 일신청정욕고비(一身淸爭欲高飛)라 승선교하(昇仙橋下) 맑은 물은 속세(俗世)를 따라 진세간(廛世間)으로 흘러간다 굴미기를 넘어 송광사(松廣寺)에 당도하니 과연 동방승지(東邦勝地)의 조종(祖宗)이요 천고유명(千古有名)한 대사찰(大寺刹)이 분명하다 국사전(國師殿)에 십육국사(十モ六國師)의 영정(影幀)과 불감(佛龕)이며 능견난사(能見難思)등 고적예품(古蹟藝品)을 구경하고 육관정(六觀亭) 놀던 수석(水石) 사시유람객(四時遊覽客)이 끊일새 바이 없다 속세(俗世)에 묵은 마음 간데없고 일심청정(一身淸爭) 새로워라 천자암(天子庵)에 당도하여 일지요(一枝搖) 쌍향수(雙香樹)도 흔들어 보고 사중국보(寺中國寶) 제서(諸書)를 일일이 관람(觀覽)하니 과연 순천은 동방일대(東邦一大) 명승지(名勝地)됨을 알겠더라 작사 : 벽소 이영민(碧笑 李榮珉, 1881~1962) 글씨 : 매금 양흥식(梁興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