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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명시(絶命詩) - 매천(梅泉) 황현(黃玹) 亂離滾到白頭年(난리곤도백두년) 난리를 겪다 보니 백발의 나이가 되었구나 幾合捐生却末然(기합연생각말연)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今日眞成無可奈(금일진성무가내)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輝輝風燭照蒼天(휘휘풍촉조창천) 가물거리는 촛불이 푸른 하늘 비추네 妖氣掩翳帝星移(요기엄예제성이) 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임금 별자리 옮겨지니 九闕沈沈晝漏遲(구궐침침주루지) 구중궁궐은 침침하여 햇살도 더디구나 詔勅從今無復有(조칙종금무부유) 이제부터는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琳琅一紙淚千絲(임랑일지루천사) 구슬 같은 눈물이 종이 올을 모두 적시네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버렸구나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잔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 曾無支廈半椽功(증무지하반연공) 일찍이 나라를 지탱하는데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只是成仁不是忠(지시성인부시충) 단지 인을 이룰 뿐이요 충은 아닌 것이로다 止竟僅能追尹穀(지경근능추윤곡) 끝맺음이 겨우 윤곡처럼 자결할 뿐이요 當時愧不躡陳東(당시괴불섭진동) 당시의 진동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함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