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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命詩(절명시) / 梅泉 黃玹 (매천 황현) 亂離滾到白頭年 [난리곤도백두년] 난리를 겪다 보니 백발의 나이가 되었구나 幾合捐生却未然 [기합연생각미연]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今日眞成無可奈 [금일진성무가내]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輝輝風燭照蒼天 [휘휘풍촉조창천] 가물거리는 촛불이 푸른 하늘을 비추네 妖氛掩翳帝星移 [요분엄예제성이] 요망한 기운에 가려서 임금 별자리 옮겨지니 九闕沈沈晝漏遲 [구궐침침주루지] 구중궁궐은 침침하여 햇살도 더디구나 詔勅從今無復有 [조칙종금무부유]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琳琅一紙淚千絲 [임랑일지루천사] 구슬 같은 눈물이 종이 올을 모두 적시네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구나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 曾無支厦半椽功 [증무지하반연공] 일찍이 나라를 지탱하는데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只是成仁不是忠 [지시성인불시충] 다만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止竟僅能追尹穀 [지경근능추윤곡] 끝맺음이 겨우 윤곡(尹穀)처럼 자결할 뿐이요 當時愧不躡陳東 [당시괴불섭진동] 당시의 진동(陳東)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柱聯(주연) 山居三十年 [산거삼십년] 산 속에 삼십 년 묻혀 살면서 種德不種木 [종덕부종목] 덕을 키웠을 뿐이지 나무를 키우진 않았다네 枾栗自能生 [시율자능생] 감나무며 밤나무들은 저절로 자라나서 低低秋晩熟 [저저추만숙] 주렁주렁 가을 열매 가득 열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