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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번하고 동생 광팔 보게. 나라의 환난은 백성이 근심할 바이므로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돌아다니며 가사를 돌보지 않은 까닭에 자식된 도리를 하지 못했는데 자네 광팔이 형을 대신하여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 왜군과 함께 여러 날을 싸우는 것은 보은을 입었기 때문인데 그러나 형세가 극히 어려워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자리삼는 고초가 가히 형용할 수가 없네. 전에 보내준 재물이 다소 있어 그것을 썼는데 사정이 어려워져 다시 돈과 면을 청하니 이를 살펴 보내주는 것은 초미의 급한 일이라 바라건데 죽고 사는 것은 국운과 함께하는 것일세. 뒷일은 형제에게 맡기겠네. 예를 갖추지도 못했네. 갑오년 늦가을 형 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