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age

문화 A20 조 선 일 보 제28648호 2013년2월7일목요일 “실례지만 어느 초등학교에서 나 오셨어요?” 리코더전문연주자염은초(21)씨 는 리코더 강습을 할 때, 가끔씩 이 런질문을받는다. 리코더연주자권 민석(28)씨는 악기와 음반 녹음 (recording)을 헷갈리는 상대로부 터“음반 엔지니어세요?”란 질문을 받기도 한다. 리코더가 초등학생용 악기라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다. 비발디와 텔레만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리코더를위한협주곡을 남겼고, 바흐도 브란덴부르크 협주 곡에서 주요 악기로 쓸 만큼 리코더 는 인기 악기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고전파 시기 를 거치며 리코더는 오케스트라 편 성에서 밀려나는 설움을 겪었다. ◇리코더의 복권 20세기 후반 바로크 음악의 중흥 과 더불어 해외 유학파가 속속 등장 하면서목관악기‘리코더’가살아나 고 있다. 권씨와염씨는둘다초등학교3학 년 때 리코더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리코더로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 학교예비학교에서리코더를배웠지 만, 당시예중₩예고에는정식과정이 없었다. 권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에입학해서이론을전공하는‘우회 로’를택했다. 서울지하철역사에서 반주 테이프를 틀어놓고 리코더를 부는‘길거리 악사’생활도 2년간 했다. 권씨는“바로크 음악 저변도 넓지 않은데 밥벌이가 될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지만, 결국 대학 3학년 때 네덜란드 헤이그 음악원으로 유 학을 갔다. 염씨는 중학교 1학년부터‘홈 스 쿨링’을 하다가 16세 때 스위스 취 리히 음악원으로 리코더 유학을 떠 났다. 권씨는2009년몬트리올 국제 리코더 콩쿠르 1위, 염씨는 지난해 독일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 1위에입상하며차세대연주자로주 목받고 있다. ◇연주자에 따라 다른 음색 이들에게리코더는‘하얀캔버스’ 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악기다. 염씨는“오보에처럼 목관 악기들은 고유한 음색을 지니고 있지만, 리코 더는호흡이나운지(運指)에따라서 수천가지다양한음색이나온다”고 말했다. 주요 곡목이 바로크 시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이들 은 작곡을 배우고 즉흥 연주를 하면 서 악기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오는14일금호아트홀독주회에서 염씨는자신의자작곡인‘비주얼아 트 10Y(years)’를 발표한다. “리코 더 데뷔 10년을 맞아서 그간 걸어온 길 을 5 분 의 짧 은 곡 에 모 두 담 아 서 보여 드린다”는 각오다. 오는7월같은무대에서독주회를 여는 권씨도 리코더에 마이크를 장 착하고전자기타리스트처럼페달을 밟아가며다채롭게소리를변형시키 는즉흥연주를시도한다. 권씨는최 근 바로크 앙상블‘콩코르디 무지 치’도 창단했다. 염씨는 바로크 앙상블의 리더가 되기 위해 올가을 스위스 바젤 음악 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에 들어간다. 오케스트라입단이불가능한악기의 한계가 거꾸로 이들을 자극하는 원 동력이된것이다. 이들은“리코더는 세상 사람들이 한 번쯤은 불어본 악 기이기에 관객과 현장에서 소통할 수있고공감대도넓다. 특히미래의 관객인아이들은모두우리편”이라 며 웃었다. ▷염은초 리코더 독주회 2월 14일, 권민석독주회7월25일금호아트홀, (02)6303-1977 김성현 기자 리코더연주자권민석₩염은초 그무대의비밀 뮤지컬궨레베카궩 초등3학년때리코더에반해 예술학교₩거리악사₩유학까지 누구나한번쯤불어본악기 고유음색없어표현폭넓고 관객과소통₩공감도더크죠 올겨울, 클래식음악계에도‘이적 시장’이 뜨겁다. 팀 전력 강화를 위 해선수영입에나서는프로야구‘스 토브 리그(stove league)’처럼, 세 계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지휘자 영 입을위한경쟁에뛰어들고있는것. 2~3년 전에 취임 일정을 미리 발표 하는 관례상, 지휘자들의 연쇄 이동 도 점쳐진다. 러시아의‘음악 황제’로 불리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0)는 2015년 로린 마젤(83)의 후임으로 뮌헨필하모닉의상임지휘자로취임 할예정이라고현지언론들이6일보 도했다. 임기는5년. 뮌헨시는“그의 능력과카리스마는다양한연령층의 뮌헨 관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의마린스키오페라극장과영 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동시 에이끄는거장. 그는2015년에뮌헨 필에 취임하는 대신 런던 심포니에 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주요직책은그대로둔채, 런던에서 뮌헨으로‘두 번째 악단’만 바꾸는 셈이다. 세계 음악계에는 게르기예프처럼 ‘두 집 살림’은 물론이고‘세 집 살 림’을하는지휘자도있다. 에스토니 아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 5 1 ) 는 현재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독일브레멘의도이치캄머필하모니 의 음악 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겸 하고있다. 그도2014년프랑크푸르 트 방송 교향악단에서 물러나지만, 이듬해일본NHK 심포니의 상임지 휘자로 취임할 예정. 그는 3개 악단 을기본포석으로놓고, 행보를정하 는 셈이다. 베를린필의상임지휘자인사이먼 래틀(58)은“2018년베를린필과계 약연장을하지않을예정”이라고최 근밝혔다. 영국리버풀출신인그는 리버풀출신비틀스의노래‘내가예 순넷일 때(When I’m Sixty-Fo ur)’를 인용하며“2018년이면 나도 거의 64세가 된다. 리버풀 출신으로 ‘64세가되어도여전히내가필요할 까?’라는 비틀스 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음악 계에서는 크리스티안 틸레만(드레 스덴 오페라극장), 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 트라)와 구스타보 두다멜(LA 필하 모닉) 같은지휘자들을차기후보군 에 올려놓고 있다. 김성현 기자 화려한쇼로한해관객1200만명 을 끌어들이는 브로드웨이지만, 그 이면의‘쇼 비즈니스’는 비밀에 둘 러싸여 있다. 수천만 달러가 들어가 는 작품이라도 투자는 대부분 비공 개로이뤄진다. 누가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때로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달 국내에서 개막한 뮤지컬 ‘레베카’의브로드웨이버전은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원래 브로드웨 이‘레베카’는 지난해 11월 개막 예 정이었다. 제작비는 1200만달러. 남 아공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라는 폴 에이브럼스가 450만달러를 투자하 겠다고 나서며 제작은 급물살을 탔 다. 브로드웨이 1인 평균 투자액의 10배나 되는 거액이었다. 이때쯤에 벌써 의구심이 들었어야 했다. 그러 나 제작사 스프레처₩포를렌자의 프 로듀서 벤 스프레처는 투자 성립 사 실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지난해 8월, “폴이 말라리 아로 사망해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이메일이대변인으로부터날아왔다. 이후대변인은연락두절. 속이타들 어간 제작사는 탐문에 들어갔다. 알고보니에이브럼스는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프로듀서 스프레 처는1200만달러중3분의1을책임 진 에이브럼스를 만난 적도 없고 심 지어통화한적도없었다. 일은마크 허튼이라는 거간꾼을 통해 진행됐 다. 허튼은“곧투자액이들어올것” 이라며제작사를속여수수료6만달 러를 챙겼다. 지난해10월뉴욕타임스의보도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허튼은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레 베카’프로듀서들은 허튼을 상대로 1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 기한 상태다. 사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말‘레베카’프로듀서들은 홍보 담당자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 했다. 브로드웨이‘오페라의 유령’ 을 25년간 홍보한 업계 베테랑 마크 티보도가 투자를 고려 중인 사업가 에게“곧 엎어질 작품”이라고 익명 의 이메일을 보내 투자가 무산된 것 이 들통난 것. 잇단스캔들에도불구하고스프레 처는 공연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태 세. 그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 에서“스캔들 때문에 더 유명해졌 다”며“이번에는 확실한 투자자를 모아올해안에반드시공연하겠다” 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송기창 개인전〈낯〉이 13~19일 서울 수송동 갤러리고도에서 열린다. 화려한 색면과 다양한 회화적 요소들로 인체를 형상화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람 의 얼굴을 소재로 한 회화 16점으로 관 람객의 무의식에 말을 건다. (02) 720- 2223 ■〈일중한글기획전〉이 2 1 일 ~ 3 월 6 일 서울관훈동백악미술관에서열린다. 서 예가고(故) 일중(一中) 김충현(갏忠顯 ₩1921~2006) 선생을 기리는 일중선생 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전시로 일중 선생 의 국₩한문혼서체, 궁체 등 한글작품으 로 꾸며진다. (02)734-4205 야구감독들팀옮기듯‐ 지휘거장잇단이적 사이먼래틀은베를린필퇴임 사이먼 래틀 이명원 기자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왼쪽)씨와 염은초씨는 10년 전 젊은 리코더 연주자를 위한 7인조 앙상블에서 함께 활동했던 선후배 사이다. 사 진 맨 위는 염씨가 소장한 고음역의 소프라니노 리코더. 블룸버그포토 뮤지컬‘레베카’의2006년오스트리아 빈 공연 장면. 화려한브로드웨이, 거래는베일에‐ 리코더가애들악기? 비발디도 사랑한목관악기! 전시소식 발레리 게르기예프 런던 심포니→뮌헨 필 파보 예르비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긤NHK 심포니 베를린 필긤퇴임 갤러리고도 제공 송기창의‘낯가림’.
2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