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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을 받았다. 성과 고을이 모두 함락되어도 아무도 대항하는 사람이 없이 곧장 서울로 들어 밀었다. 임금께서는 서쪽으로 피난을 떠나자 선생은 피눈물을 흘리며 일어났다. 의를 중히 여기고 개인의 몸은 가볍게 여겼다. 옷을 걷어부치며 한번 호소하니 의병이 모두들 모여 들어 소리에 따라서 메아리가 울리듯 하였다. 비장한 각오로 무기를 베개 삼고 밤을 새며 진중에 머물러 있을 겨를이 없이 청주에서 적을 소탕하였다. 놈들의 기세 더욱 험악하여 금산을 점령하고 있으나 아무도 그를 꺽을 자가 없었다. 선생은 우리의 군대를 격려하여 하루 빨리 이들을 섬멸하기 위하여 용감히 적진을 무찔러 들어갔다. 장시간에 걸친 피나는 전투끝에 화살은 없어지고 갈길은 막혔는데도 북소리는 오히려 최후의 일각을 재촉하였다. 힘에 지나치도록 적을 살상하여 임금의 은혜에 보답했으니 싸움은 패하였으나 사실은 이긴 것이다. 임금을 위하여 죽는데 무엇을 회피하며 스승을 따라서 싸우는데 무엇을 슬퍼하랴 장렬하도다! 온 진영의 순국이여! 임금은 피난중에 이 사실을 보고받고 충절을 표창하며 관직을 추증하는 등 특별히 슬퍼하는 뜻을 나타내셨다. 사람들고 '이것은 부서졌을망정 완전한 것이며 죽어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칭찬 하였다. 그들의 신체는 모두 일그러졌으나 그들의 정신은도리어 완전하며 그들의 넋은 하늘로 올라갔도다. 기운을 날리며 소리를 질러서 번개도 되고 우뢰도 되어 그 소리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저 침략자 들을 소탕하고 남방의 지역을 방어하니 국가는 비로소 평화가 깃들었다 뭉친 구름은 뭉게 뭉계 새들도 구슬피 우는데 장렬한 넋들은 한 구덩이에 잠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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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산 하늘에 치솟았고 진악산은 옆에 우뚝히 서서 아울러 이 무덤을 상징하는듯 영원한 세대로 내려가면서 이 커다란 비문을 읽을 터이니 여기에 묻힌 영령들이여! 영원히 살아계신듯 하여라. 만력 31년 계묘 4월 보국숭록대부 해평부원군 겸 지경연 윤근수 지음 김현성 씀 1976년 9월 23일 임창순 번역 최정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