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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림 대표 곽종석 등 137명은 파리 평화회의에 참석한 여러분에게 이 글을 올립니다. 천하 만물이 같이 나서 자라는 것이 진리인데 쟁탈과 권력으로 남의 목숨을 해쳐 나라까지 빼앗아 제 것으로 만드니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많겠읍니까. 여러분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만국으로 하여금 자유와 평등를 누리게 하는 례 있으니 만일 원통한 마음을 호소할 기회와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어찌 여러분의 사명을 다한다 하겠읍니까, 이제 우리는 피맺힌 심정을 호소하니 자세히 살피십시오. 한국도 만방의 하나로 삼천리 강토와 이천만 겨레의 사천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명국임은 세계가 다 알고 있읍니다. 그런데 이에 강제적인 조약으로 우리나라를 빼앗은 일본의 행위를 말해 보겠읍니다. 여러 조약에서는 한국 독립을 지키겠다고 늘어놓고 실은 협박과 기만으로 독립은 보호로 보호는 합병으로 하여 이것이 마치 한국의 소원인양 꾸몄으니 이는 한국은 물론 만국을 무시한 짓입니다. 우리는 자나깨나 조국 독립을 잊지 않고 모든 수치와 고난을 참아 가며 십년을 견디어 왔읍니다. 마침 여러분이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만방을 평화롭게 이끌어 폴랜드가 독립되었으니 한국의 독립에도 적극 협조해 주신다면 언제나 그 은헤 잊지 않겠읍니다. 회의 결과 독립되었다는 기쁜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고종 임금님이 승하하셨다고 하니 이 슬픔과 원통함을 어디에 호소하겠읍니까. 3월 1일 국장일에 온 국민이 독립만세를 부르며 임금님의 영혼을 위로할 때 일본의 총칼 앞에 맨손으로 맞서 죽음을 돌보지 않았음은 우리의 원한과 충정의 터짐이요. 또 여러분이 우리에게 기회와 용기를 준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러나 그 후 아무런 ?? 현상이 보이지 않음을 일본의 간사한 꾀가 여러분의 이목을 흐리게 한 것 같아 다시 사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하늘은 모든 사물에게 자유와 활동력을 주었거늘 하물며 우리 삼천리 강토에 자치 능력이 없겠읍니까. 일본은 우리의 풍속을 바꾸려 하나 이는 말이 아니며 물론 대신 다스린다는 것도 혼란만 있을 뿐입니다. 거짓으로 한국은 일본에 붙이기를원한다 하나 우리 민족의 주체성은 우리만의 사상과 문화에서 얻어진 것이므로 비록 일시적 억압에 굽힐지언정 민족성은 영원히 변하지 않음을 알면서 세계 여론을 억압하려 함은 일본의 큰 잘못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존폐가 이번 회의에 달려 있음을 알고 나라 없는 삶보다 나라 있는 죽음이 떳떳하기에 십년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고자 하니 너무도 슬프고 야속하여 말문이 막힙니다. 여러분이 세계의 여론에 따라 일을 순조롭게 처리한다면 우리도 나라를 찾을 것이요, 세계 인류도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나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우리 이천만 생명만이 삶과 평화 속에서 버림 받아야 되겠는지 여러분 깊이 생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