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page

19 창간호·2012년 봄 면도를 한다. 이것은 절대로 그들이 애인을 찾아가 려고 모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정신과 육체 를 가다듬는 정비다. 앞날에 구학자(舊學者) 3) 가 아 침부터 저녁까지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지내는 것은 결코 허례가 아니라 역시 육체와 정신을 가다 듬는 정비다. 곧 이것이 모두 생활의 긴장이다. 군대는 언제나 적병을 만난 듯이 총칼을 닦고 배 낭을 싼다. 소방대는 언제나 화재가 난 듯이 불자 동차를 곧 내어 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모 두 자기의 임무를 다하고자 하는 정신과 행동이다. 사람은 이리하고야 사는 것이다. 사람사람이 일상 생활의 모든 방면을 소방대 정신화하고 군대 정신 화하여야 사는 세상이다.(『동아일보』, 1940, 1, 5.) 위의 글은 일제가 중일전쟁(1937)을 일으키고 국가 총동원법(1938)을 공포하여 우리 민족을 전쟁에 동원 하려고 광분하던 시기에, 이극로가 작성한 것이다. 전 시파쇼체제시기에 일제는 한국민족을 영구히 없애는 차원에서 조선말 말살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참으로 양심과 지조를 지키고 살기 어려운 엄혹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우리 민족 구성원 가운데 일부의 지식인이 변절하여일제의앞잡이가되는경우가있었다. 이시절에이극로박사는묵묵히10여년간조선어학 회를 이끌어가며 동료 학자들과 민족어 3대 규범집(『한 글 맞춤법 통일안』(1933),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 음』(1936), 『외래어표기법통일안』(1941)을완성하였고,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를 수집하여 제대로 뜻풀이 가 된 민족어사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는 다가올 민족해방에대비하며하루하루를긴장하며보냈다. 위의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 속담에 있는‘호랑이에 게 물려가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는 말처럼 정신을 바 짝 차리고 위기를타파해야 함을그가역설하고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그와 동료 학자가 나라 없는 시기에 이 룩해낸민족어3대규범집은해방뒤남북에서국어규 범으로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그와 그의 동료가 만들 어 놓은『조선말큰사전』은 해방 뒤에 6권으로 완간되 어민족의사랑을받았다. 이글을통해긴장하는생활이성공과건강의비결이 라는 이극로 박사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라 되기를 바란다. (박용규 이극로연구소 소장) 3) 구학자(舊學者) : 옛날의학자로, 특히조선시대의선비를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