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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창간호·2012년 봄 자모음을 가르칠 때 이럭저럭 지나갔지만 둘째 해 부터 넷째 해까지는 학생들에게 참고 자료를 주지 못하여 참말 수치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런고로 우 리글의 자전을 꾸며 내는 것이 매우 지급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를 물론하고 모어가 그 민족성이 됩니 다. 그런고로 모어를 잃어버린 나라는 민족성을 잃 게 됩니다. 유태 민족이 종교로써 그 민족성을 유 지하여 왔다고 하나 그래도 그 어머니의 말이 그 민족의 고유성을 보전하게 됩니다. 우리말이 생명을 잃게 된 원인은 곧 국한문을 섞 어 쓰는 폐단 때문이올시다. 그러면 우리말의 생명 을 회복하려면 한문에게 사형선고를 하고 한문을 쫓아내고 우리말을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써야 되 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순국문으로는 의 사소통을 잘할 수 없다고 합니다마는 한문에 고질 이 된 소수 한문 아는 사람의 말 때문입니다. 순국문으로 무엇이던지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한문을 섞어 쓰기 때문에 인쇄술에도 폐 단이 많고 따라서 불편리 불경제가 됩니다. 내가 우리 신문에 국한문 섞어 쓰기 때문에 한문 모르는 사람은 알아 볼 수가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삼일신보 2) 에서 이런 말을 보았습니 다. 일본에 한재가 심하다는 기사에「한발이 심하 야 음료수가 부족」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말 이 무슨 말입니까? 우리말로 쉽게 말하자면「가물 어서 마실 물이 넉넉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또한 신한민보에서「심인 광고」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사람 찾는 광고」라고 하였으면 누구나 얼른 쉽 게 알 것을「심인광고」라 하여 남이 알지 못하게 할까요? 내가 이 말을 함은 한문은 아주 배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외다. 현금 문화 교통시대에 한문뿐만이 아니라 각국 말을 배우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습니 다. 영어도 배우고 일어도 배우고 프랑스어도 기타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입니 다. 그러나 나의 말하는 본의는 우리말로 근본을 삼자함이외다. 우리가 우리글을 쓸 때에 두 가지를 생각하여 볼 것이 있습니다. 첫째 그 말이 우리글에 있는가 없는가를 생각하 여 볼 것입니다. 만일 우리말에 그것이 있다면 우 리말대로 쓸 것입니다. 둘째 그 말이 우리글에 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 말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지가 오래여서 우리말과 동화되어 성음이라던지 의미라던지가 우리 본말 (고유어) 보다 나은 점이 있으면 곧 그 외국어를 우리말로 만들 것입니다. 남의 아들을 양자로 정해 가지고 내 아들로 만드는 수가 있는데 남의 말을 우리말로 정한다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오늘 문 화 교통이 발전되었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남의 말을 자기네 말로 만든 나라가 전부 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삼일신보(『三一申報』) : 미국의뉴욕에재류하는교포및유학생들이1928년6월29일에발간한신문이다. 사장에허정, 고문에이승 만과서재필, 편집 부에김도연, 김양수, 이동재, 윤치영등25명이임원으로활동하였다.(『東亞日報』, 1928,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