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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 고함 오등은 마침내 일본의 진영을 탈퇴하였다.그것은 일본과 관계있는 모든 것과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바라고 바라지 않고를 불문하고 출생과 더불어 일본의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도 오히려 일본인 교사로부터 배운 은애에 대한 관념과 아름답고 평화스럽던 어린 시절의 노래를 잊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반드시 훗날 세상 인심에 비추어 비판받을 일대사를 결행함에 이르러 깊이 사안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은 정이고 현실은 현실대로 어찌할 수 없는 극한에 도달하였다. 그것은 주관적 자각보다 객관적인 자극이 우리를 발분케 하였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생각건대 우리들로 하여금 일본에 대한 반역아가 되게 하고 또 우리를 방랑자가 되게 한 원흉의 무리들은 묻지 않아도 세인이 지실하는 바이다. 흉악무도한 일본의 군벌들은 민족의 꽃이요, 희망인 한국의 학도들을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조선학도특별지원병이라는 미명아래 우리와는 하등의 대의명분도 서지 않는 죽음의 전장터로 축출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 당시 우리 부모에게 안겨준 배신감과 절망감!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땅을 치면서 울래야 울 수도 없었던 그 절통한 심정에 대하여 뒤늦게나마 인간적인 동정지념을 나누려는 생각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