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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둠이다. 밝혀져야 할 것이 가려진 이 허위의 빛은 빛이 아니다. 죽은 이들은 죽어 한세기가 다 되도록 눈감지 못한 채 원통함으로 구천을 떠돌고, 죽인자들은 대명천지 펄펄하게 살아 고개 쳐들고 설치는 여기는 아직 식민의 땅이다.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들이 우리들의 이름과 조국의 이름을 부르며 왜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어떻게 죽임당햇는지도 밝히지 못한 우리는 참으로 못난 후손들이다. 어느 이름모를 하늘 아래서, 캄캄한 굴속에서, 맹수와 병마가 우글거리는 밀림에서, 더러운 침략자 제국주의 일본의 군복을 덮어쓰고 손톱에 피멍이 지며 죽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