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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이라도 의리(義理)를 해(害)할 마음을 품고 있는데, 무식하고 어리석은 백성들 조차도 난신 적자는 사람마다 죽일 수 있고 또 일월(日月)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12) 라고 하여 의병을 공격하는 일은 의리에 어긋나는 것임을 밝혔다.    한편, 영남의 낙동일군병참소(洛東日軍兵站所)와 대구진위대로부터 차출된 3백여 명의 관, 일 혼성부대가 2월 29일 풍기로부터 삼척으로 들어오자, 민용호는 중군장 최중봉으로 하여금 3백여 명의 의병을 이끌고 백봉령(白鳳嶺) 아래에 매복케 해 이들을 대파시키고 많 은 군수품을 노획하였다. 이즈음 춘천관찰사 이재곤으로부터 답서가 와 의진해산을 종용하 였으며, 명망있던 선유사 이도재(李道宰)도 해산을 종용하는 선유문을 보내왔으나, 민용호는 자신의 거의의 정당성을 재차 천명하고 끝까지 항전한다는 굳은 결의를 보였다.    그뒤 3, 4월 두 달 동안 민용호는 강릉을 근거지로 삼아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전전하면 서 양양, 삼척, 연곡(連谷) 등지에서 관군과 수많은 격전을 치러 중군장 최중봉이 전사하는 등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되었다. 또한 이즈음 제천의 유인석 의병진이 장기렴의 관군에게 최후의 거점이던 제천성을 빼앗기고 5월에는 서북지역으로 북상하게 되어 중부지방의 의병 세력이 급격히 쇠퇴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용호도 더 이상 동해안에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은 포고문을 발표한 뒤 북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대저 서북지역(황해, 평안도)은 예부터 천하 강병의 고장이라 칭하고, 중국은 일찍부터 천하의 맹주가 되었으니, 내 몸소 약간의 군사를 거느리고 중국에 들어가 천자에게 호소하 여 일단의 군사를 얻어 귀국하리라. 그리고 서북의 의사와 강병을 규합한 뒤 일시에 진격한 다면 왜추(倭酋)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13)   그리하여 최후까지 따르는 5백여 명의 의병을 성익현(成益賢), 이경응(李景應), 권인하(權 仁夏), 신무섭(申懋燮), 박봉구(朴鳳九), 민동식(閔東植) 등으로 하여금 대오를 나누어 인솔 케 하고 북상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뒤 추격중이던 관군을 만나 다시 권인하, 성 익현 등이 전사하고 이경응이 실종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용호 의병은 북행을 계속하여 회양-통구(通口)-평강-곡산 (谷山)-고원(高原)-영흥-정평(定平)을 지나 1896년 8월 초순에는 함경도의 함흥을 거쳐 삼 수에 당도하였다. 그때까지 민용호 의병은 곳곳에서 관군의 추격을 받아 의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곡산에 도착했을 때에는 겨우 140여 명에 불과하였다. 그러므로 삼수에 당도하였을 때에는 더 이상 의병진을 구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으므로, 이곳에서 그는 얼마남지 않은 의병들을 해산시키고 말았다. 이것이 그의 공식적인 의병항전의 종료인 것이다.    의병진을 해산한 뒤에도 민용호는 다시 후창(厚昌)으로 북상을 계속, 천신만고 끝에 8월 11일에는 드디어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 통화현 칠도구(七道溝)에 당도하였다. 그와 함께 압 록강을 건넌 자는 김봉규(金奉奎), 이겸성(李謙成) 등 4명에 불과하였다.    한편, 그가 함흥 지경을 지날 때 많은 주민들이 나와 그의 일행을 환영해 주는 것을 보 고 아직까지 민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자위(自慰)한 뒤 이에 감읍하여 가사 회심가(回心 歌)를 짓기도 하였다. 이는 그 첫머리에서 이태조(李太祖)의 창업을 칭송한 다음 중간에서는 열조군현(列朝君賢)이 이룩한 문물제도의 창섬함을 읊은 뒤 끝부분에 가서는 일제침략으로 인한 국가의 변란을 탄식하면서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국운을 되돌릴 것을 호소하는 내용 으로 이루어졌다.14) 국한문혼용체의 이 가사 가운데 한 대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와 팔역동포(八域同胞)들아 내 말 잠깐 들으시오 삼각산(三角山) 높아 있고 한강수(漢江水) 흐르는데 서운(瑞雲)이 영롱(瑛瓏)하니 만천년(萬千年) 왕도(王都)로다 (중략) 개같은 십적(十賊)놈아 팔월변(八月變; 을미사변)도 부족하여 지월화(至月禍; 단발령)를 이를소냐 (중략) 만고(萬古)의 저 왜놈 우리머리 깎일소냐 외모(外貌)는 변할 망정 중심(中心)조차 변할소냐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