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page

- 101 - 심남일(沈南一) 초야의 서생이 갑옷을 입고 바람타고 남도(南渡)할새 말이 나는 듯 왜놈들을 모조리 소탕치 못하면 맹세코, 백사장에 죽어도 돌아오지 않으리1) 심남일이 1907년 거의 때 출전을 앞두고 읊은 시이다. 일제침략세력을 구축하지 못한다 면 '모래밭에 죽어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가 강렬히 표출되어 있다. 결국 그의 최후는 자신의 의지에 따르고 말았다. 심남일은 의병항일전이 전국적으로 확산, 더욱 격렬해 가던 1907∼9년기에 단연 두각을 나타내던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의병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2) 그는 주로 전남 남부지역인 함평, 보성, 장흥 등지를 활동무대로 삼아, 부근의 전해산(全海山), 안규홍(安圭洪) 등의 의 병부대와 행동노선을 같이 하면서 이들과 흡사한 투쟁 양상을 보여 주었다. 심남일의 본명은 심수택(沈守澤)이며, 자는 덕홍(德弘), 청송(靑松)이 본관이다. 그는 의병 항전에 투신하면서부터 '전남제일의 수장(首將)'이 될 것을 표방하여 '남일'(南一)이라는 호 를 취하였다. 이것이 그가 오늘날 심남일이라 불리어지는 연유이다. 심남일은 1871년 전남 함평군 월야면(月也面) 정산리(亭山里) 신기(新基)에서 한사(寒士 ) 였던 심의봉(沈宜奉)의 3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의병 투신 이전의 생활은 지극히 평범하였 다. 시골선비로서 다소간에 축적한 학문적 바탕을 통해 서당 훈장을 지내면서 가경(家耕)으 로 가계를 꾸려가던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남달리 강직한 기질을 타고 났 던 것 같다. 이러한 기질은 자연스럽게 그로 하여금 강렬한 항일정신을 지니게 만들었고 , 나아가 결국에는 의병항전에 투신케 하는 내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1907년 7월에 접어들어 광무황제의 강제퇴위, 정미7조약 늑결, 군대해산 등 일제의 가증 스러운 일제의 침략책동이 잇달아 일어나자, 호남지역에서는 여타 어느곳보다도 의병항전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배경하에서 그도 1907년 가을부터 의병항전의 대열에 나설 것을 결심하고 동지들을 규합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름높은 선비도 재력 자도 아니었기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에 심남일은 이미 활동중에 있던 기삼연(奇參衍), 김준(金準), 김율(金聿) 등의 의병부대 에서 활동을 개시하였다. 특히 1907년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김준 의병부대에서 부장으 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때의 구체적인 활동상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뒤 심남일은 의병에 투신한 지 약 6개월만인 1908년 2월(음) 남평(南平)에서 독자적인 의병부대를 편성하게 된다. 그 동안 함평, 남평, 보성, 장흥 등지에서 모집한 의병들을 근간 으로 하였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는 다음과 같은 격문을 발표하여 거의 명분과 동기를 천명하였다. 아, 왜이(倭夷)가 우리 나라에 있어 과거 임진란의 화는 단지 우리 민인(民人)에게만 미쳤 으나, 오늘날의 화는 국토를 집어 삼키고 국모를 시해하고 우리의 재물을 약탈하고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중략) 저 소위 총독이란 것이 무엇이며 고문이란 것이 무엇이냐? 조 정의 직제와 법령이 모두 저들의 손아귀에 들었으니, 이래도 과연 나라와 임금이 있다고 하 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저절로 눈물이 뜨거워지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중략) 엎드 려 바라건대, 조정 관리나 재야 기재(奇才)들은 (중략) 각자 의분을 일으켜 함께 대사를 도 모해 간다면 천하 만국이 또한 반드시 여기에 호응해올 것이다.3) 뿐만 아니라, 심남일은 또 일진회 회원, 각급 보조원 등 소위 '토왜'(土倭)로 불리던 부일 주구배들을 경고, 회유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토왜문'(諭土倭文)을 발 표하였다. 아, 앞잡이 노릇하는 자가 누구이냐? 바로 우리 임금의 적자(赤子)이다. 심지어는 관리가 되고 군대가 되어 우리를 토벌하고 우리를 구적시하고 있다. (중략) 아, 이나라 사람으로 왜 적에게 붙은 자들도 역시 덕이 있고 양심 있는 동포이다. 오늘날 이처럼 된 것은 모두 사욕 에 가리어 본성을 상실한 때문이니 마치 거울에 티끌이 묻어 그 광명을 상실한 것과 같다 . 오직 마음을 돌이켜 본성을 되찾아 지난일을 회개하고 돌아오면 이전같이 깨끗한 거울이 될 것이다. (중략) 하늘이 밝게 내려다 보고 있으니, 알아서 처신하라!4)
101page

심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