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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1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55 나는 눈보라와 거센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해변가 초소에서 고생 하는 장병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격려하고 사인을 해주었다. 남북 간 의 긴장이 고조된 이때에 서해 5도 최북단 백령도를 찾아가 군부대를 방문하고 위로하며 남다른 각오가 있었다. 사실 백령도는 인천부두에 서 205km로 뱃길로 장장 5시간이 소요되는 최북단 섬이다. 북한의 장 산도와는 불과 17km로 인접한 지역이라고 한다. 장병들의 설명으로 백령도 제일 높은 거점에서 내려다보니 과연 북한 땅이 눈앞에 보이는 게 아닌가! 초소를 지키는 장병의 설명을 듣고 가리키는 곳이 바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천안함이 피격당했다! 천안함이 피격당했다!” 황급한 연락을 받고 우리 장병들은 신속히 대처했으며, 우리 군 초소 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생생한 장면을 촬영하여 즉시 보고했다고 한 다.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현장에서 설명을 듣노라니 그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눈으로 보는 듯 했다. 백령도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중화동교회라고 한 다. 이 교회는 1898년도에 세워진 장로교회로 백령도에 있는 모든 교회 의 모교회(母敎會)이다. 이 좁은 백령도에 교회가 무려 12개가 있는데, 백령도 주민들 모두가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일하는 사람 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백령도에는 왜 이렇게 교회가 많지요?”라고 물으니 대답이 간단하다. “백령도는 중국을 드나들던 길목이므로 옛날 선교사들이 중국을 오 가면서 자주 머물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교하였기 때문입니다.” 과연 백령도는 뱃길교통의 요충지로도 군사기지로도 중요한 곳이다. 백령도 하면 효녀 심청이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효녀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 곳이다. 심청이가 몸을 던진 인당수는 북한 바다인 장산곶 앞바다 인데, 심청이가 살아나 연꽃으로 피어 오른 곳은 우리나라 남쪽 바다라 고 한다. 심청전의 전설을 듣고, 우리 대 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전사 자들과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숭고한 정신이 남북통일의 열매로 피어 나기를 기원하였다. 백령도의 해변은 규조토로 되어 있어 해변이 단단해서 천연 비행기 활주로로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규조토 해변은 이태리의 밀라노 해변과 백령도 해변밖 에 없다고 하는데, 밀라노의 해변은 1㎞에 불과하지만 우리 백령도 해변 의 길이는 무려 3㎞가 넘어 비상시 군사기지로도 의미가 크다고 한다. 백령도 일정을 마치고 이튿날 아침 8시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풍랑주의보가 내려 여객선의 발이 묶여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하루에 두 번 밖에 없는 배편이 풍랑으로 오후 1시 배조차 떠날 수 없다고 하니, 내일 잡힌 강연 일정 때문에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다. 사실 이번 백령도에 장병들을 위로하러 간다고 했을 때 다들 만류했다. “백령도는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 들어가도 나올 때는 마음대로 못 나 오는 섬이에요. 봄에는 안개 때문에 힘들고, 여름에는 태풍 때문에 힘 들고, 겨울에는 바람 때문에 힘들고요. 그러니 가을에 풍랑이 없는 날 을 택해서 다녀오세요.” 심지어 보름 이상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렸지만, 장병들이 저렇게 고생들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가서 그들을 위로해주 고 싶다는 마음에 고집을 피워 오긴 왔는데, 그 당부가 현실로 닥칠 줄 이야!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침 저녁 7시에 출항하는 화물선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부랴부랴 화물선 선장님을 찾아가 전후 사정을 자세히 말씀을 드리고 승선 승낙 을 받았다. 졸지에 화물(?)이 되어 무려 12시간 동안 배를 타고 그 이튿 날 아침 7시에 인천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이 화물선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던가! 선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그길로 부랴부 랴 광명역으로 달려 선걸음으로 대구 일정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비록 힘겹고 아슬아슬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잘 다녀왔다고 스스로 를 자위하며, 제발 우리나라에 더 이상의 전쟁이 없기를 기도한다. 불 철주야 철통같이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장하다, 우리 장병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