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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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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삼일 가야골에 새벽 정적을 깨우는 소리 “피랍 대원 구출하라!” 긴급 명령 받은 대원들 교문 안 가파른 경삿길을 단숨에 달려갔네 거기 아직 미명(未明)의 시야에 유령처럼 다가서는 도서관 건물 칠층 다섯 동료 억류돼 있는 그 곳 지체 없이 구출 작전 시도했지만 굳게 잠긴 철문들과 겹겹이 쌓인 장애물들 난공(難攻)의 장벽이었네 그러나 동료 구출 일념으로 진입한 농성장엔 이미 그들 피랍 대원 이끌고 옥상으로 도피하고 텅 빈 공간만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화성 액체 뿌려진 그곳 바닥 위에 그들이 투척한 화염병 불씨 순식간에 불바다 이뤘으니 그 밀폐된 공간 뜨거운 화염 속에 젊음의 요람기를 미처 펴보지도 못한 채 산화해간 꽃다운 일곱 호국 전사들... 우리 모두 님들의 희생 헛되지 않게 자유 민주 수호, 민생 안정의 첨병으로서 국가 소명 완수를 위해 전진해 나가리다 그대들 떠난 지 어느덧 스무 해 해마다 한 맺힌 설움 다시 도져 핏빛 장미 울음 터뜨릴 무렵 오월이 오면 현충원 찾아 추모제단 마련하곤 했지만 그 어떤 애절한 추념사, 진혼곡인들 님들의 고혼을 어찌 달랠 수 있었으리까 이제사 님들의 살신호국(殺身護國)정신 기리고자 여기 본향의 뜨락에 추모상 세우노니 고(故) 일곱 순국 경우들이여! 부디 고이 영면(永眠) 하옵소서 2009년 10월 지헌 김송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