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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추모비 황해도 사리원 그 고향 땅에서 청상 아닌 청상이 되여 한 여인이 눈물로 한을 달래며 온갖 고난도 마다 않으신채 버려진 들풀처럼 사시다가 남쪽 하늘 그리워 남매의 손을 이끌고 넘으신 단장의 38선, 자유와 삶의 길을 찾으셨건만 기쁨도 한떄의 꿈! 별안간에 귀여운 딸을 잃은 슬픔에 하늘만 우러러 보며 희망도 추억도 버리시고 비탄에 잠긴 한많은 세월 거룩하신 천주의 사랑만을 믿으시고 안식과 기도의 날을 보내시는데, 민족의 비극인 6.25로 또 한번 시련을 겪으실 줄이야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거니와 의무가 있는것도 않일 것인데, 연합군 인천상륙작전에 비록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지하공작원 연락업무 수행중에 정치보위부에 체포 연행되어 그 악날한 생살타는 불찌검의 고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끝내 쇠사슬에 묶인채 북녁으로 끌려가신 어머님! 한 여인의 애국 애족 정신으로 죽음의 무명용사이신 당신은 사랑의 화신이여, 오 갸륵한 대한의 어머니시여! 나의 생명체를 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갚을 길 없고 자애로 오셨다가 눈물로 가신 그 모습 잊을 수 없으리. 그 어느 하늘아래 고혼되여 서러움에 떠도시며 지금도 눈을 감지 못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가슴 터질듯... 오늘 이 동산에 모자상을 세워 기리나니 오마니 부디 여기 찾아오셔서 편히 누으시고 고이 눈 감으셔 잠드소서. 1990년 10월 21일 외아들 윤종상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