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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두 사람 겨레의 붉은 꽃 김세진 이재호 열사를 기리어 여기 관악 아래 처연히 한 조각돌을 새겨 세우나니 이 땅의 원수인 바 분단팟쇼 아직도 사라질 줄 모름이여. 모든 산 자 이 돌 앞에 와서 뼈저리게 깨쳐라. 달구어져라. 세월은 황망하구나. 1986년 4월 28일 오전 서울대학교 85학번 전체 학우 농성 가운데서 그대 둘 솟아올라 반제반핵을 내걸로 온몸에 기름 부어 불지르니 그 불덩어리 쓰러지기까지 외치고 외침이여. 그대의 이 세상에 사랑하는 어버이 두고 함께 공부하던 학우와 일하던 공장의 동무들과 이 땅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민중을 두고 오로지 조국 해방의 싸움에 나서 그 불덩어리 몸뚱이 시커멓게 불타버림이여. 마침내 한 덩어리 숱이 되고 말았음이여. 오 숯은 썩지 않나니 천년을 썩지 않나니. 일찌기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기 그지없으매 진작 세상의 진실에 눈 떠 거기에서 피할 수 없는 그대 자신의 결단이 태어남이여. 드디어 이 땅의 참다운 해방을 위하여 몸 바치겠노라. 사랑하노라 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구나. 저 4월 혁명 이래 이 땅의 역사를 부등켜 않고 앞서 간 영령들이여. 겨레의 제단에 거룩하게 몸 던졌나니. 오, 두 열사여. 오늘과 내일 그대들로 하여금 고려땅 가득히 의가 파도침이여. 민주.자료.통일의 그날이여. 민중의 그날 밤이여. 분단조국 44년 4월 28일 고은 짓고 정해숙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