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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서장은 이들에게 자수할 것을 권하였고, 김남원 이장과 조남수 목사는 이들을 설득하여 전원 자수토록하고 선처를 바랐다. 문형순 지서장은 자수자들에게 차후 산사람들과 일체 접촉을 금하고 경찰에 협조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들 전원을 훈방하여 백여 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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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서장은 조 목사와 김 단장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조서를 마을서기에게 쓰도록 했다. 경찰이나 서청대원이 조서를 받는다면 영락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던 그는 재치를 발휘해 마을서기가 자수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주민들끼리 말을 맞추고 의논해서 아무런 탈이 없도록 쓰도록 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끼리 공회당에서 모여 의논했습니다. 무엇 무엇은 쓰고 또 무엇 무엇은 쓰지 말자고 했죠. 또 입도 맞췄습니다. 조금이라도 흠이 될 만한 내용들은 전부다 뺐죠. 그렇지 않고는 전부 다 죽게 됐기 때문에 쉽게 입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 당시 산사람들의 위협 때문에 모슬포경찰서로 피신해 경찰과 함께 생활했던 마을 주민 이병연씨의 이야기다. “마을주민들이 자수서를 들고 경찰서에 찾아오자 서청단원들이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문 서장이 다시 말했죠. '자수한 주민들이다. 강요하지 말라. 때리지도 말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아무 탈 없이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주민들은 다시 계엄사령부로 불려갔으나 민보단 자수서와 경찰의 조서를 본 군인들은 '시시하다. 아무런 내용도 없다'며 전부 주민들을 돌려보냈고, 100여 명의 주민들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소위 '자수사건'이었다. 계엄하에 군의 지휘를 받는 입장에서 일개 경위 지서장이 위와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건 것과 다름없는 용단이었다. 출처 : 고영철의 역사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