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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이 잠드소서. 오호, 길손들이여. 조국을 위해 목숨던진 우리 바람 끊긴 이 적막함 산자락에 누어있나니, 잠시 옷깃을 여미어주오. 인류역사상 가장 처절했던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군번없이 산화한 1백만 민간인 희생자의 혼령은 구천을 맴돌면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했다. 국가적인 차원의 보상은 고사하고 위패를 봉안할 수 있는 장소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채 무정하게 흐르는 역사의 강물에 휩쓸려왔다. 1989년, 민간인희생자의 유족들이 모여 "한국전쟁 희생자 기념사업회(회장 심재기)"를 조직하고 국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자체적 국민운동을 올곧게 추진하게 되면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기념관 건립운동을 전개하였다. 1993년,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6.25전쟁 최초의 남침혀낭인 강릉시 동명 해안에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초개같이 던졌던 목숨의 표징인 "6.25남침사적탑"을 눈물속에 세워 통일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면서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행사의 장소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1996년 무장잠수함 침투사건과 미국, 한국정부의 6.25 50주년 기업사업(2000~2003)의 일환으로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울어진 이 뜻 깊은 자리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기념사업회는 국가 보훈처와 강릉시, 강원도의 협력을 얻어 풀꽃처럼 숨저간 고귀한 넋들을 추모하고 안식을 기원하는 온 겨레의 이름으로 이 위령탑을 세우게 되었으므로 그 경위를 적어서 이 돌에 새긴다. 2000년 12월 31일 6.25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탑건립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