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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追慕辭) 오늘은 감회가 깊은 날입니다. 10여 년전 일이 어렴풋이 그러나 짙은 그리움으로 기억납니다. 바로 이곳 중동부전선 백암산 기슭에서 3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떠나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떠나올 때 많은 후배의 축하를 받으며 이 자리를 떠나면서도 억만금 마음을 누르는게 있었다면 그것은 백암산 기슭에 우리들의 중대장님을 남겨놓고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대장님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분이였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모의 정이 더 해 갑니다. 이 자리를 잊지 못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 저희의 마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고 단지 감회가 새로울 뿐입니다. 우리들이 생활했던 곳에 올 수 있고 그 때의 중대장님의 웃음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1977년 6월 21일 부대 작전도중 위험에 처해 있던 병사들을 구하시고 지뢰작업을 하던 중대원만 남겨둔채 홀로 외롭게 산화하신 중대장님! 훈련장에선 호랑이로 갓 태어난 호랑이 새끼가 포효할 수 있도록 용맹스런 군인으로 만들어 주셨던 중대장님! 어려운 중대원들에게는 공적.사적으로 그리고 항시 내일같이 어려움을 맡아 해결해 주시던 우리의 중대장님! 병사들의 건강상태 위생상태를 항상 체크하는 자상함으로 중대원들을 건강하게 보살펴 주시던 우리의 중대장님! 겨울밤 손자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 주시던 할머니처럼 우리에게 유익한 말씀을 하시던 중대장님! 정서가 메마르기 쉬운 군생활에서 종교 활동이 주는 의미는 일반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 사병에게도 중요하다며 종교의 본질을 일깨워 주시던 중대장님! 이곳 백암산 기슭에 양 한 마리를 구해서 생일을 맞는 우리에게 한잔의 따뜻한 우유를 고향의 향수를 달래게 해 주시고 정서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셨던 우리의 중대장님! 오늘 저희는 이런 중대장님이 그리워 여기 이렇게 모여 있습니다. 이제 예전에 그가 있었던 이 자리에서 다시금 그의 본 모습을 내놓게 되었으니 비록 육신은 잠들어도 진정 그의 혼은 이곳 백암산 기슭 북천 가두에 남아 영원한 북두칠성이 된 것입니다. 그의 강인했던 의협심과 봉사정신은 이 땅을 수호하는 많은 군인과 더불어 불멸의 정신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중대장님이시여! 영원히 빛나소서! 1988년 12월 18일 중대원 대표 정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