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page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13 Vol. 37 특 집_연평도 포격도발 그리고 그 4명의 스무 살 젊은 해병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들것의 손잡이를 잡고 전력질주를 하는 그들에게 날아오는 포탄과 뜨거운 화염은 그저 발에 차이는 작은 돌무더기나 다름없었으 리라.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그들을 뛰게 만든 것은 조수원 일병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 하나 뿐이었다. 흔들리는 들것에 누운 듯 눈을 감고 그 날의 하늘을 보라. 떨어지는 포탄 소리와 뜨거운 화염. 그리고 이를 악문 채 뛰어 가는 4명의 얼굴. 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조 일 병은 “그들이 아니었으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 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너는 내가 반드시 살린다. 걱정마라! 김지용 상병 역시 “담당관님이 없었으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 화기 중대의 김지용 상병은 북한의 포격 당시 마을에 있었다. 두려움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모 르던 주민들을 방공호로 대피시킨 김 상병이 부대로 복귀하자, 곧 2차 폭격이 시작됐다. 북 한에서 포를 쏘는 소리가 들리더니 포탄이 날 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 건물에 포탄이 무자 비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워하는 김 상병에게 빨리 철모를 쓰라고 지시한 것은 중대 관측담당인 김종선 상사였다. 철모를 쓰 고 포탄을 피해 뛰던 김 상병은 중앙현관 부근 에서 쓰러졌다. 목에 파편상을 입은 것. 아프 다. 몸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어지럽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때 김종선 상사가 달려 왔다. “지용아!!!” “담당관님. 저 맞은 것 같습니다.” 이미 피가 흐르는 그의 목을 지혈하고 있던 김 종선 상사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하에게 말한다. “지용아! 너는 내가 절대 죽이지 않을 거다. 내가 반드시 살린다. 걱정마라!” 김 상사는 건물 외부의 엄폐가 가능한 탄약고 를 떠올렸고. “지용아! 탄약고로 가면 살 수 있 다. 탄약고까지 가면 살 수 있는 거야!” 라고 외 치며 김 상병을 탄약고로 피신시켰다. 탄약고 에 도착한 김 상병의 머릿속엔 절친했던 심정 우 상병과 강은규 일병이 생각났다. 건물 안에 서 포격에 쓰러졌을지 모를 두 전우. 이 사실을 김 상사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다시 포격이 쏟 아지는 건물로 들어갔다. “심정우! 강은규!” 김 종선 상사의 외침에 피신하고 있던 두 해병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들 역시 탄약고로 몸을 피 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력질주 정비소대의 이진규 일병은 포격이 시작되자 몸을 숨길 수 있는 부대 거점을 향해 달리기 시 작했다. 거점까지 약 10여 미터쯤 남았을까. 그들을 적의 포탄이 덮쳤고 나란히 달리던 해 병들은 쓰러지고 만다. 다행히 부상을 면한 차 재원 하사가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미 통신이 두절된 상황. 구급차를 부를 수 있는 아무런 통신수단이 없 었다.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해병들을 본 차재 원 하사. “얘들아! 내가 가서 구급차를 불러올게. 너희는 여기서 반드시 살아 있어라!” 그리고 그는 뛰기 시작했다. 포탄이 그가 가는 길에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질주 는 멈추지 않았다.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화 염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포격이 멈추자 구급차 가 도착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숨을 건 질주. 그 질주가 우리의 해병들을 살렸다. 중화기 중대의 김인철 일병 역시 1차 폭격 당 시 부상을 당했다.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 하지만 계속되는 포격으 로 구급차가 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김 일병을 그대로 놔눌 수 없었던 최 영진 상사와 신현욱 하사는 자신들의 차 키를 꺼내들었다. 김 일병을 부축해 차에 태운 그들 은 포탄이 떨어지는 길을 질주해갔다. 목숨을 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주. 그 질주가 우 리 해병들을 살린 것이다. 나의 안위보다는 내 부하의 생명이 우선이다. 기무 직할반에서 근무하고 있던 배병규 중사는 평소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부대를 순찰 중이 었다. 배중사는 갑작스런 포격에 당황하여 황 급히 대피호 쪽으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건물 한쪽에 부상당한 해병대원을 발견, 다시 부상 병쪽으로 차를 돌렸다. 포탄이 빗발치는 위급 한 순간이었다. 배 중사는 신속히 차에 내려 선 혈이 낭자한 부상병을 부축하고 차에 태웠다. 부상병을 태운 배 중사는 빗발치는 포격과 화 염사이로 차를 몰아 부대 의무대로 달렸다. 이 미 많은 가옥이 불타고 있었고, 포탄은 쉴새없 이 떨어졌다. 하지만 배 중사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부상병의 피가 승용차 내부를 적셨다. 그러나 배 중사는 상관하지 않았다. 부상병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이윽고 의무대 에 도착한 배 중사는 신속히 부상병을 부축해 내려 안전하게 의무대로 후송했다. 배 중사가 운전하고 온 길은 이미 포탄으로 인해 불바다 가 되어 있었다. 전역했지만 전우를 잊을 수 없어서..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개구리마크를 단 두 명의 예비역 해병이 찾아왔다. 중화기중대 박인혁, 윤슬기 예비역 병장. 사건당일 전역교 육대에 입소하여 전역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었지만, 부대 훈련의 안전통제요원으로 나서겠 다며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그러던 중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가장 선임인 두 해병은 자욱한 포연 속에서 후임들에게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대피호로 피신시켰다. 25일 전역하여 연평도를 출도한 이들은 곧바로 수도통합 병원을 찾았다.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두 명의 전우, 그리고 병상에 누워 신 음하는 전우들을 보는 그들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미안해하는 두 해병의 손을 잡는 그 부모들의 눈에서도 하염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희들이 미안할 것 없다...... 찾아와줘서 고 맙다. 아들아.” 이 해병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다. 오인표 하사는 자신을 부축하고 의무대로 달려 간 동료 부사관 서아준 하사가 없었다면 목숨 을 잃었을 것이다. 김성환 일병은 대피 중 쓰러 진 자신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와 자신을 부축 해준 전우를 찾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 상을 당했지만 끝까지 전우들과 남아있겠다며 후송을 거부하던 박봉현 일병은 상태가 악화되 어 더 이상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강제 후 송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가족이 아닌 이 들을 위해 선뜻 포탄이 떨어지는 길을 질주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라면 적의 포탄이 비 오듯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화염을 헤치고 자신들의 포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겠는가. 글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극한의 상황 속에 만들어진 이 아 름다운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 게 한다.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포 격의 화염도 해병대의 전우애보다 뜨겁지는 않 았다. 떨어지는 포탄과 타오르는 화염도 전우 를 살리려는 해병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막을 수 없었다. 적의 포탄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할 지언정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그들의 의 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20대. 약하고, 자기밖에 모르며, 편 한 것만 찾으려 한다는 기성세대의 걱정이 컸 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날 우리 대한민국의 20대, 대한민국 해병들이 보여준 모습은 60년 전 6·25전쟁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순국선열 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그저 전통으로만 알려졌던 전우애와 군인정신은 또다시 현실로 나타나 서로를 구했고 연평도를 지켜냈다. 너무나 처절했던 연평도 전투. 그 주인공이었 던 해병들은 전우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여 전히 연평도를 지키고 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격려를 보내는 것밖에 없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묵묵히 그 곳을 지키는 해병들의 뒷모습에 우리들의 눈시울은 뜨거워 진다. 좌. 불 붙은 철모의 주인공 임준영 상병 우. 내 안위보다 부하의 생명을 우선한 배병규 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