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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67 Life Style 증상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피로가 쌓이는 데 해발 4,000m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도 중 작은 구덩이를 밟으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자갈바닥에 뒹군 적이 있었다. 무릎에 타박 상을 입어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 르렀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몸을 가다듬고 여행을 이어 나갔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도 해병대의 ‘도전정 신’으로 세상의 수도 중 가장 높은 해발에 위 치한 볼리비아의 라파즈에서 해발 6,088m 의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 와이나포토시 봉우 리의 트렉킹에 성공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 사방 360도를 모두 둘러봐도 지평선만 보이 며 세찬 바람이 부는 사막의 길을 따라가다 오지에서 텐트를 설치해 캠핑을 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마을을 떠날 때마다 10L가 넘는 물을 싣고 다니며 버너를 꺼내어 식사 를 만들어먹어야 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 며 자전거를 타는 날은 젖은 텐트, 젖은 침낭 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도 하며, 기능성 옷을 빨지 못한 채 오래 입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관광객들만을 노리는 노련한 소매치기들 이 카메라와 노트북을 훔쳐가기도 했고, 여 행 중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 지구 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하게 된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 자연 속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 람들의 모습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여행자들과의 만남. 나는 630일간 아메리카 대륙 15개국, 25,000km를 여행하며 내 이야 기를 블로그에 업데이트 했다. 하나씩 쓰던 여행기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어 파 워블로그에 선정되었고 얼마 전 여행기를 모 은 책을 출간했다. 사람은 쓴 것 없이는 단 것을 느끼지 못하 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해병이 되는 쓴 과정을 겪은 후에 더욱 성숙해진 내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고, 이런 경험 덕분에 편 한 관광이 아닌 힘든 여행을 스스로 선택하 여 더욱 보람 있는 젊은 시절의 추억들을 많 이 만들 수 있었다. 뱀은 물을 먹어 독을 만들고, 사탕수수는 물을 먹어 설탕을 만든다. 내 글이 누군가에 게 설탕이 되 어 열정과 도전이 가득한 많은 젊은이들이 해병대에 지원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작지만 강한 해병대! 젊은이여 해병대로!’ 1 2 ① 너무나 유명한 미국 그랜드 캐니언을 바라보며 ②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한 가운데 위치한 물고기 섬에서의 캠핑 Life Style 2010 영화세상 돌아보기 영화 예술 과 접속 하라! 영화평론가 유지나 동국대학교 교수 그녀는 이화여대에서 철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후, 파리 7대학에서 문학박사(영화기호학전공)를 받았고, 영화와 삶, 여성의 현실을 접속시키는 작업으로 글쓰기와 강연, 콘서트 등을 벌이고 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평론가이자 이 시대 문화계의 지성이다. Movie & Book 글 영화평론가 유지나 영화보기는 여가활동이지만, 우리 삶의 필수적 인 덕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세상과 인간을 관찰 하게 해주는 창이자, 우리 삶에 영감을 주고 위안 을 주는 점에서 삶을 잘 살아내게 해주는 참고자 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다시 새겨볼 올해 개 봉한 영화들을 소개해본다. <시>, 예술이 남루한 삶을 구원하리니... 연말로 접어들면서 여러 영화상이 줄줄이 발표 되고 있다. 그 결과 <시>가 최우수 작품상을 휩쓰 는 압도적인 승리로 드러났다. 실제로 많은 관객 이 보지 않았지만 (20만 명 정도 관람), 이 작품을 본 사람은 모두 깊고 큰 감명을 받은 명작으로 꼽 는다. 경기도 구석 작은 지방도시, 60대 여성 미자(윤 정희)는 저소득층 지원금을 받으며 남루한 일상 을 영위한다. 주름살이 늘어도 레이스 달린 모자 와 옷으로 치장하며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려는 미 자는 오래전부터 꿈꾸던 시쓰기 교실을 찾아간다. 시쓰기 선생님은 사과 하나라도 깊이 들여다보는 사물관찰로부터 시정신이 나온다고 가르친다. 치 매기를 앓으면서도 미자는 남은 인생에서 그간 미 뤄온 꿈을 이루려 안간힘을 쓴다. 그런 미자는 중풍 든 노인(김희라)의 간병인 일 을 하면서 심지어 그의 욕정까지 처리해야 하는 궁 지에 몰리기도 한다. 게다가 손자는 집단 성폭행 의 가해자로 드러나 위로금도 마련해야 한다. 이 렇듯 수치심과 분노에 내몰려도 그녀는 시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렇듯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쓰기는 가난과 비참함에 내몰린 일상, 특히 미성년자들이 집단 강 간사건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담합 속에 서도 집요하게 진행된다. 그리하여 시쓰기 교실의 마지막 숙제인 시완성은 아무도 해내지 못하지만, 미자만이 홀로 시를 완성하고 사라진다. 그녀의 시 <아녜스의 노래>가 강간당한 후 죽은 소녀 아녜스 의 목소리로 강물을 타고 퍼져나간다. 현실이 절망적이고 참혹하기에 시를 통해 속죄 와 마음 수행을 하는 예술적인 삶의 태도, 그것은 속물로 타락하지 않는 삶의 결단처럼 보인다. 이 창동 감독은 예술행위야말로 가망 없어 보이는 절 망적인 삶의 탈출구이자 탈주라는 것을 나지막하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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