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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연평부대 의무병 이병 강병욱 전투수기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21 Vol. 37 특 집_연평도 포격도발 연평도에 입도한지 3개월이 지났다. 항상 평화롭기만 하였던 이 섬에 그날의 참사가 생길 줄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이날은 부대에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당직 을 서던 중 한 꼬마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아이에게 처방 된 약을 짓고 있는데 아이가 사격훈련하는 포 소리로 인해 무서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아름답고 좋은 소리가 아닌 섬뜩한 포 소리를 듣는 아이가 너무 안쓰 러웠다. 아이에게 약을 주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한 뒤 당직을 다시 보았다. 그런데 약 14시 20분 경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의무실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 졌다. 순간 나는 바로 방탄모를 쓰고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그러는 사이 의무실 앞에 있는 건물에 포탄이 떨어졌고 그 파편과 진동으로 의무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2층에서 입실환자 2명이 내려왔고 그제야 나는 내가 의무병인 걸 인식하고 우선 그들을 진정 시켰다. 그리고 곧 치과 군의관님이 내려오시고 우리들을 방사선실로 대피시킨 뒤 우리들을 진정시키셨다. 포 소리가 잠잠해지자 갑자기 전화가 계속 울렸고 환자가 생겼다는 보고가 계속 왔 다. 그 사이 간부들과 의무병들이 오고 환자가 왔다. 그 환자는 머리에 파편을 맞아 상처가 많이 깊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죽을 것 같다고 하며 환자는 극도의 흥분 한 상태였다. 우선 그의 상처를 세척하면서 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의 상처를 지 혈하였다. 그리고 故 문광욱 일병을 비롯한 많은 환자들이 의무실에 왔고, 의무실은 신음소리 와 피로 가득 찼다. 지나가야 할 통로마다 환자로 가득 차 의료물품 전달이 잘되지 않 았다. 실장님과 문세인 상병은 서로 번갈아가며 故 문광욱 일병에게 CPR을 실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요원들은 다른 환자들에게 응급처치를 하였다. 나는 수액을 놓기 위해 환자에게 주사를 꽂으려 했지 만 너무나 떨려 실패를 하였다. 옆에 계신 군의관님께서 대신 주사를 놓고 나는 마무리를 하였다. 발목에 파편이 박혀 발목이 휘고 상 처가 깊은 한 해병의 신발을 벗겨 처치를 하려고 했는데 환자는 너무 고통스러워하였다. 신발을 벗기 니 상처가 너무 심하여 얼른 상처 세척을 한 뒤 지혈을 하였다. 어떤 해병은 흉부에 생긴 상처에서 장 기가 보였다. 그래서 얼른 보고를 하고 처치를 하였다. 환자를 처치하는 동안 2차 포격이 시작되었다. 정말 무서웠다. 모두들 처치를 중단하고 책상과 의자 밑으로 숨었다. 살고 싶었다. 하지만 환자를 살려야만 했다. 북한이 포를 쏜다고 모두 대피하라는 방 송이 들려 왔지만 모두들 방송을 무시한 채 환자를 처치하였다. 의무 물자가 떨어지자 물자를 옮기기 위해 1, 2층을 왔다 갔다 하였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 줄 몰라 두 려웠지만 잠깐 이었다. 의무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다 의식을 잃고 죽어가 는 문광욱 일병을 보았다. 그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두려웠다. 몸 색깔이 파랗게 변해가고 있는 그 에게 다가가기가 두려웠다. 환자 후송을 위해 의무실 밖에 있던 창고에서 들것을 들고 와야 했다. 정말 밖에 나가기가 싫었지만 발은 벌써 창고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들것을 들고 의무실로 돌아오는데 몸이 무거워 속도가 좀처 럼 나지 않았다. 언제 포탄이 내 옆으로 떨어질 줄 몰라 들것을 버리고 의무실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환자들을 포기하기 싫었다. 들것을 옮기고 문광욱 일병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정말 화가 났다. 북한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한 인생을 빼앗아 가는지 도대체 왜 이 수많은 사 람들을 다치게 하고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고 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환자 후송이 시작되었다. 4인조로 들것에 환자를 올려 AMB에 환자를 옮겼다. 피범벅이 된 AMB는 배 터로 후송을 하러 갔고 그사이 환자를 재정렬하고 군의관님들은 환자들을 진료하였다. 깁스를 씌우 기도 하고 파편을 빼기도 하였다. 그리고 모든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한방씩 놓았다. 후송을 갔던 AMB 가 돌아오고 2차 후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故 문광욱 일병의 시신도 후송 되었다. 그를 AMB에 싣는 동안 정말 죄송하였다. 살리지 못해서 차갑고 파랗게 변한 그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무실 옆 건물인 교육대의 연료탱크가 터지고 교육대는 순식간에 불 바다가 되었다. 우리는 바로 가지고 있던 소화기를 모두 모아 주위의 불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환자를 후송한 뒤 일은 일단락되었다. 하늘은 연기 때문에 어두웠고 해는 저물어 갔다. 모두 지쳐서 앉아 뻗어있었다. 연평도는 언제 포탄이 떨어졌냐는 둥 고요하였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공기는 화약 냄새와 연기로 인해 목이 따가울 정 도로 매캐했다. 나는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연평도를 보았다. 그때 보았던 연평도는 한마디로 지옥 이었다. 불타는 연평도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얼마나 잘못하였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다치고 공포에 떨 어야 했는지 우리는 그들을 위해 쌀과 비료와 소 등을 보내 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려받은 건 수 십 발의 포탄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수많은 생명과 아름다운 연평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빼앗 아 갔다. 전투의 한복판 의무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