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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 www.rokmc.mil.kr | 북두성(北斗星) 결정되었다. 네온사인과 가로등, 휴대폰 라이트에 익숙했던 내가 달과 별빛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군복무란 것이 마냥 암울하고 시간을 버리는 일마는 아닌 것 같다.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군수라는 생물을 처음 접하기도 했다. 달팽이와 꼭 닮아 처음에는 바다달팽이라고 했다가 후에 제대로 된 명칭을 알게 되었다. 오징어가 먹물 을 뿜는 것과 같이 군수를 만지니 자주색으로 금세 바닷물이 물들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극지방 의 오로라가 이런 색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 다. 소라게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군 입대를 하고 경계근무를 설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평생 이 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앞날에 대한 걱정에 치열 하게 책만 보고 성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내가 부끄 러워지는 시간이었다. 야밤에 들었던 꿩의 울음소리는 간간이 졸음을 쫏 아주기도 했다. 뒤뚱뒤뚱 걸어 보기에는 돌만 던져 도 꼬꾸라질 것 같은 꿩도 막상 누군가가 다가오면 빨라지는 것도 알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 큰댁에 가면 큰아버지가 잡은 꿩으로 탕을 해먹곤 했는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꿩을 본 것도 입대를 한 이후이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항상 달고 다니던 mp3의 음질보다 좋았고 후렌치파이의 애플잼과 같 은 송진도 시간이 지나면 목공용 풀이 마른 것처럼 반투명해지는 사실도 알았다. 꼭 눈물이 말라붙은 흔적 같았다. 여러 각도에서, 여러 시간대에 관찰해 보니 송진은 약간 아래에서 위로 볼 때가 가장 반짝 이고 해가 뜨기 전보다 해가 중천에 떴을 정도가 가 장 처량해 보였다. 이규보의 <백운소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옛 사 람이“세상에 뜻과 같지 않은 일이 늘 열에 여덟, 아 홉은 된다.”고 하며“놀러가려 잡아논 날 주룩주룩 비가 오고 배불러서 못 먹으니 고깃국이 나오고 오 랜 질병 낫고 나니 이웃의 명의 있네.”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머피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 같다. 이 법칙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동시에 인간의 자기중심적 욕심 때문에 가지게 되는 심리이다. 군대에서 보내는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 다.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그전까지 경 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겪으며 성장했다. 무언가 대 단한 것을 발견한 느낌을 가지며 생활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에서 근무중입니다 해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