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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고 높은 고지에서 근무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 방공소대원들이 반복되고, 힘든 근무 환경 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정직한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실제 연평부대 방공소대원들에게는‘임무 교대’라는 것이 없다. 보통의 보병중대는 일정한 주기로 경계 임무 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 방공소대원들은 365일 연평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적기의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항시 긴장하고 있다. 적 항공기가 도발을 결심하면, 단 2분 만에 연평도 상공에 도 달 할 수 있 기 때 문 에 , 2 분 이 내 에 모 든방공무기가 전투준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기의 활동이 많은 날이면 군화를 벗는 것을 잊고 잠이 들기도 하고, 얼굴에 묻은 비눗물을 손으로 씻어내며 전투배치에 임하기도 한다. 특히, “올 1월 북한군 총 참모부가 NLL을 무효화 한다”는 대남성명을 발표한 이후, 적 지상군 부대의 포성과 적 항공기의 훈련 활동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몇 갑절은 늘어났다. 북 해역에서 들리는 미상의 폭음 소리를 들으며,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활동하고 있을 적 항공기를 추적하는 것은 최전방 방공부대만이 경험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 이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발생되는 피로감이 최근 대원들의 얼굴에 묻어남이 부쩍 눈에 띈다. 중대장으로서 때로는 대원들의 피곤함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채 하고, 교육훈련에 다소 큰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적 도발시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하는 것이 확전을 막는 것임을 알기에 전투배치 소요시간 단축방안을 연구 하고, 반복되는 숙달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스트랄의 발사준비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시킬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중대장이 갖는 가장 큰 고민 은 이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다. 개인 체력 단련, 전투체육시간 보장으로 조금이라도 더 몸을 움직여 땀을 내게 하고, 벚꽃 맞이 봄소풍, TV 축구게임 리그전, 주기적인 마을 외출로 밝은 정서와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하려고 하고 있다. 대원들도 스스로 군생활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토요일 저녁에는 부대‘승파관’에서 상영되는 최신 DVD 영화를 관람하며 문화활동을 하고, 지난 겨울부터 개장한 부대 도서관에서 주 1권씩 양서를 대여하여 틈날때마다 책장을 여는 독서 열풍이 불고 있으며, 부대에서 매달 발간하는‘연평회보’에 본인의 독후감이 올라가길 바라는 문학청년이 되어가고 있다. 중대장이 매달 작품을 공모하여 받아 읽다 보면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미숙한 작품도 있지만,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사고의 폭이 깊어지고 표현력이 향상 될 것이다. 이 녀석들이 애인에게 연애편지를 보낼 때, 군대에서 닦은 작문 실력에 고마워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최근 불기 시작한 1인 1자격증 따기의 일환으로 44• June 2009 해병대 | 병영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