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page

해전이 발발한 연평 연안의 파란 바다가 고요히 출렁이고 있다. 과거 NLL 이남 6km까지 침범하여 우리 해군에게 크게 혼이 난 북한 해군의 경비정 한 척이 저 멀리 정박해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 초소 앞에 있는 중국어선만 해도 무려 백여 척이나 된다. 한낮동안 조업을 벌이던 중국 어선들은 초소와 불과 2.8km 떨어진‘석도’인근에 나란히 정박을 하고 서로 얼마나 많은 꽃게를 끌어올렸나 자랑을 하는지, 혹은 저녁밥에 곁들일 찬거리를 얻으러 다니는 것인지 이 배에서 저배로 오르내리며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오전에는 수십 여척의 중국어선이 NLL을 월선하여 연평해역에서 마구잡이 조업하는 어선이 포착되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전방을 관측하고 있을 당시, 파도를 가르며 기동한 해군・해경의 경비함과 고속단정이, 배짱을 부리며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하자, 흠칫 놀란 중국어선이 모두 NLL 이북으로 도주하였다. 평소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던 우리해군의 호쾌한 퇴거작전에 초병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붉은 오성홍기를 매단 채 NLL을 사이에 두고 아슬 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조업을 펼치는 중국어선들은 보이지도 않는 남북의 경계선으로 인해 우리의 앞바다를 그대로 내줄 수 밖에 없는 바다 사나이들의 마음을 씁쓸 하게 한다. 중국어선들이 전방 해역에 등장한 지난 4월 말부터 초병의 눈은 더욱 바빠졌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NLL을 침범하여 조업을 시도하기도 하거니와, 해무라도 잔뜩 끼는 날에는 그것이 중국조업선인지 북한어선인지 혹은 다른 그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평부대에는‘관측왕’이라는 제도가 있다. 적정이나 특이사항을 관측, 청취하고 이를 보고하면 그 횟수, 정확도와 긴요함을 판단하여 소대별, 개인별 성과를 마일리지로 부여하는 것인데, 단 한 번 인접소초의 TOD 근무자가 귀순선박을 발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왕좌에서 물러나 본 적이 없다. 관측제한 요소가 연평부대 중화기중대 방공소대 www.rokmc.mil.kr• 43 ◀ 가상의 적기에 대하여 발칸사격을 하고 있다. ▼ 대공 경계근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방공소대 대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