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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rokmc.mil.kr DECEMBER 2008 85 우리집 스케줄 프로그램 서 인 희 우리의 삶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다. 아빠를 기다리다 아이들이 잠들면 남편을 기다리던 나도 잠이 들고 남편은 가족들이 깰라 조용히 들어와 미친 몸을 방바닥에 뉘어 놓고 꿈길을 떠난다. 언제 집에 왔는지 모를 남편은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코를 골며 꿈속에서 훈련 중이다. 나는 오늘도 한 첩의 보약 대신 내 모든 정성을 다해 돌솥밥을 짓는다. 새벽6시 알람 소리에 비상 걸린 사람처럼 허둥대며 현관을 나설 남편이 밥 한 숟가락 하고 가길 바라며 아이들은 늘 아빠를 그리워하고 나는 영원한 행복을 약속했던 남편을 걱정하고 남편은 마음으로나마 가족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우리집의 스케줄 프로그램은 서로 교차되거나 충돌되지 않고 너무도 얄밉게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한번쯤 버그가 발생하거나 다운이 되도 좋으련만……. 우리집 스케줄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프로그램이 충돌 없이 잘 돌아갔으면……. 나는 밥 한 그릇 제대로 비우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현관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에 기도해 본다. 이 세상의 모든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잘 실행되어 우리가족 스케줄 프로그램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