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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rokmc.mil.kr DECEMBER 2008 75 한 감동에 취해 걷고 있을 때 내 눈에 가득히 차던 그! 해병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그가 음악 때문 인지 새하얀 눈 때문인지 내 눈에 가득히 차버려 나 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80센티는 넘음직한 훤칠한 키에 정확히 볼 수조차 없었던 매섭도록 강 한 인상의 눈빛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잘 알지도 잘 보이지도 않던 그에게서 어떻 게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의문이지만, 정말 나도 모 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었다. 그게 시초가 되어 난 해병대 정문 앞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조신한 걸음걸이가 되고 괜히 의식이 된 나머지 물건을 떨 어뜨리거나, 발을 헛딛는 등 혼자 창피한 짓(?)은 온 갖 다 하고 다녔다. 해병대 정문을 지날 때마다 당 당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며 얼굴만 겨우 아는 그를 찾게 되고, 그러다 가끔 마 주칠 때면 혼자 다리가 쭈뼛쭈뼛, 어색한 발걸음이 어쩌질 못하고 빠르게 걷곤 하였다. 이 정도까지의 내용이라면 그 뒤가 분명히 있어야 더 영화 같고 더 드라마틱한 소설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현실이었다. 휴~~~ 숫기 많은 나는 해병대의 강인한 포스에 눌려 말 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시작도 못하고, 아니 처음이 반이라고 한다면 딱 반반한 나만의 러브스토리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말이라 도 걸어볼걸, 눈 딱 감고 음료수 하나라도 건네볼 걸 하고 후회막심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 억이 되고, 나의 삶에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를 강렬 하게 심어 주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일하는 사진관에 해병대원들이 오면 늘 사진 값은 절반 값으로 할인 되었고, 해병대가 있는 오천에서 사진관을 했기 때 문인지, 해병대원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나의 배 려 때문이지 사진관은 늘 북새통이였고, 수많은 해 병대원들이 우리 사진관에 걸린 한장 한장의 사진 이 되어 영원한 추억속에 간직되었다. 어느덧 몇 년이 흘러 나는 사진관 운영을 하면서 쌓은 실력을 기초로‘E-러닝’콘텐츠 제작 관련 일 을 하게 되었다. 사진사에서 인터넷 학습 관련 분야 인‘E-러닝’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것은 군복무중 인 장병들에게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점 을 취득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해병대 정문에서 느꼈던 설레임을 그 대로 느끼고 있고, 사진속에 남겨진 해병대원들의 해맑은 미소는 영원한 추억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내가 만드는‘E-러닝’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때 그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남다른 애국심으로 ‘인간개조의 용광로’라 불릴 만큼 힘든 해병대를 선 택해 자원입대하는 해병대원들의 자기개발에 조금 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나는 오 늘도 동그란 두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컴퓨터와 씨 름을 한다. 해병대는 마약처럼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빨간 모자를 쓰고 교통정리 를 하고 있는 해병대 전우회 아저씨들을 보면 어떻 게 먹고 사나 싶어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한편으 로는 한심해 보였는데……. 해병대 정문에서의 추 억을 시작으로 하여 해병대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 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일하고 있는 내가 참 오늘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창밖은 하루 종일 내 린 눈으로 온통 새하얗고 어디선가 그때 그가 내 두 눈에 가득히 차 버릴 것 같다. 김서린 창문에 손가 락 글씨를 써본다. 내 사랑! 해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