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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군사연구 제129집 95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은가 보냐 그러므로 나는 생각다 못하여 하얼빈에 서 총 한방으로 만인이 보는 눈앞에서 늙은 도적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여 뜻있는 동양 청년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41) 여기서 안 의사는 ‘하늘이 사람을 내어 모두 형제가 되었다. 각각 자유를 지켜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진 떳떳한 정이라.’라고 하여 말하 자면 세계 모든 인종과 민족을 통칭하는 인간을 형제같은 친숙한 평등한 사람임 을 전제하고 그들이 생존에 필요한 자유를 존중하는 시대를 ‘문명시대’라고 규정 하였다. 그리고 ‘문명’이란 것은 ‘동서양 잘난이 못난이 남녀노소를 물을 것 없이 각각 천부의 천성을 지키고 도덕을 숭상하며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이 제 땅에서 편안히 생업을 즐기면서 같이 태평을 누리는 그것이다’라고 기술한 것이다. 부연하면 안 의사는 지구상 동서양 육대주에 모든 사람은 사는 지역 못난이 잘난이 남녀노소가 다 함께 차별 없이 각기 자기가 사는 땅에서 천부의 인권을 지키고 서로 싸우지 말고 편안하게 각자 자기의 생업을 즐기면서 태평을 누리는 것이 이 시대의 ‘문명’이여야 한다고 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에 반하여 세계열강의 상등사회 고등인물들은 서로 다투어 평화를 깨치는 경쟁을 일삼고 침 략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살상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니 동서양 육대주 어느 곳이던 전화(戰火)가 끊칠 날이 없는 반문명 ‘약육강식 풍진시대(弱肉强食 風塵時 代)’인 제국주의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2) 그중에도 특히 동양 대세는 이제 이러한 정국이 격심하여지는 정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토(伊藤)같은 침략정책이 그대로 감행되고 있으니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득이 하얼빈에서 이토의 죄악에 대한 성토 응징을 결사 강행한 것이다. 그러므로 안 의사는《동양평화론》〈전감〉에서 일본 침략정책의 잘못을 논박하 는 말미에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해(害)하는 자는 마침내 독부(獨夫)되는 환난 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면서 하얼빈 의거를 동양평화를 위한 ‘동양평 화의전(東洋平和義戰)’으로 규정하고 그 뜻과 실상을《동양평화론 》 》 》 에 상론하겠다 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41) 앞의《亞洲第一義俠 安重根》1, 94쪽 42) 안 의사는 옥중에서〈弱肉强食 風塵時代〉라는 유묵을 휘호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