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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하얼빈의거와 순국 100주년의 성찰 94 군사연구 제129집 다 참여하는 회의로 발전시키면 동양평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공동금융기구를 설치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 방략의 하나는 한중일 각각 인민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고 회원 1인당 1원씩 회 비를 모금하면 3국의 인민 수억이 가입할 것이고 그 자금으로 은행을 설립하고 각 국이 공용하는 화폐도 발행하면 일본이 당면한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 라는 것이다. 더욱이 각국 중 중요한 곳에 평화회의 지부와 은행의 지점을 두게 된다면 신용이 두터워져 동양평화가 두터워져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당면 급선무인 재정정리도 충분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넷째, 서구에서 나폴레옹 이전시대까지 중요한 평화유지책이 되었던 로마법왕 으로부터 왕관(王冠)을 받아쓰는 고례(古例)를 3국이 원용한다면 동양평화 유지 에 크게 유익할 것이라는 것이다. 천주교는 세계 종교 중에서도 3분지2 이상의 세력을 가졌고 로마 법왕은 그들의 상징이므로 먼저 일본 천왕이 동양평화 기구 의 대표자로서 인준을 로마 법왕에게 요청한다면 세계 문명인은 이에 따르고 일 본의 위상도 높아진다는 견해이다. 그 보다도 안 의사는 동양평화문제를 여순구(旅順口)에서 담판하자고《동양평 화론》〈서(序)〉에서 기술하고 있다. 안 의사의 이와 같은《동양평화론》의 이념적 원의(原義)와 사상적 연원(淵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가 여순감옥에 수감 직 후 기술한 다음과 같은《안응칠소회(安應七所懷)》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늘이 사람을 내어 세상이 모두 형제가 되었다 각각 자유를 지켜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진 떳떳한 정이라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의례히 문명( 文明 )한 시대라 일컫지 마는 나는 홀로 그렇지 않는 것을 탄식한다. 무릇 문명 이란 것은 동서양 잘난이 못난이 남녀노소를 물을 것 없이 각각 천부의 성품을 지키고 도덕을 숭상하여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이 제 땅에서 편안히 생업을 즐기 면서 같이 태평을 누리는 그것이라 그런데 오늘의 시대는 그렇지 못하여 이른바 상등사회의 고등인물들은 의논한다는 것이 경쟁하는 것이요 연구한다는 것이 사람 죽이는 기계(武器)라 그래서 동서양 육대주에 대포 연기와 탄환 빗발이 끊일 날이 없으니 어찌 개탄할 일이 아닐 것이냐. 이제 동양 대세를 말하면 비참한 현상이 더욱 심하여 참으로 기록하기 어렵다 이 른바 이토 히로부미는 천하대세를 깊이 헤아려 알지 못하고 함부로 잔혹한 정책을 써서 동양 전체가 장차 멸망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슬프다 천하대세를 멀리 걱정하는 청년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아무런 방책도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