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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군인관의 형성과 전개 56 군사연구 제129집 이후 포그라니치나야에서 통역으로 유동하를 대동하고 22일밤 9시 15분경 하 얼빈에 도착하여 김성백 집에 머물렀다. 김성백 집에서 안중근은 이토처단 장소 를 물색하였다. 우선 러일의 기차가 교차하는 채가구를 유력한 거사장소로 설정 하고 하얼빈에 있던 조도선을 통역으로 대동하고 우덕순과 함께 24일 12시 13분 에 채가구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채가구에서 거사를 도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안중근은 25일 다시 하얼빈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역사적인 날인 26일이 밝아왔다. 안중근은 이때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감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날 밤, 김 성백의 집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새 옷을 모조리 벗고 수수한 양복 한 벌을 갈아입은 뒤에, 단총을 지니고 바로 정거장으로 나가니 그 때 가 오전 七시 쯤이었다. 거기에 이르러 보니, 러시아 장관(將官)과 군인들이 많이 와서 이등을 맞이할 절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차 파는 집에 앉아서 차를 두서너 잔 마시며 기다렸다. 九 시 쯤 되어, 이등이 탄 특별기차가 와서 닿았다. 그때 인산인해( 人山人海 )이었다. 나는 찾집 안에 앉아서 그 동정을 엿보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어느 시간에 저격하는 것이 좋을까」 하며 십분 생각하되 미처 결정을 내리지 못할 즈음, 이윽고 이등이 차에서 내려오 자, 각 군대가 경례하고 군악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귀를 때렸다. 그 순간 분한 생각이 터져 일어나고 三천 길 업화(業火)가 머리 속에서 치솟아 올 랐다. 「어째서 세상 일이 이같이 공평하지 못한가. 슬프다. 이웃나라를 강제로 뺏고 사 람의 목숨을 참혹하게 해치는 자는 이같이 날뛰고 조금도 꺼림이 없는 대신, 죄없 이 어질고 약한 인종은 이처럼 곤경에 빠져야 하는가」 하고는 다시 더 말할 것 없이, 곧 뚜벅뚜벅 걸어서 용기 있게 나가, 군대가 늘어서 있는 뒤에까지 이르러 보니, 러시아 일반 관리들이 호위하고 오는 중에, 맨 앞에 누 런 얼굴에 흰 수염을 가진, 일개 조그마한 늙은이가 이같이 염치없이 감히 천지 사 이를 횡행하고 다니는가. 「저것이 필시 이등 노적(老賊)일 것이다」 하고 곧 단총을 뽑아들고, 그 오른쪽을 향해서 四발을 쏜 다음, 생각해보니 십분 의 아심이 머리속에서 일어났다. 내가 본시 이등의 모습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일 한 번 잘못 쏜다면 큰 일이 낭패가 되는 것이라, 그래서 다시 뒤쪽을 향해서, 일본인 단체 가운데서 가장 의젓해 보이는, 앞서 가는 자를 새로 목표하고 三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