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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기 군사연구 제129집 273 울타리 밑에 심어놓은 더덕을 캐서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였으나 허기진 배를 채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남쪽 저 멀리 도로에 조그마한 차가 먼지를 펄펄 날리 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중대는 비상이었다. 혹시나 적군이 후 방으로 연락하러 가는 차가 아닌가 하고 긴장된 속에서 전투태세 갖추고 주시하 고 있었다. 약 300미터 거리에서 정차하더니 양쪽으로 뛰어내려 도로 양편으로 산개하여 다가왔다. 복장이나 철모에 위장한 것이 우리 국군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혹시 사격해 오지 않을까 하여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면서 도로로 나섰다. 다행히 알 아차리고 뛰어왔다. 우리대대 수색대가 적정을 탐색임무 수행중이다. 서로가 반가워하며 손을 잡으니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중대원은 허기도 지고 발도 붓고 부르터서 행동하기가 힘들어 수색대가 타고 온 스리쿼터 를 우리들이 타고 대대 집결지로 이동한 다음 다시 되돌려 보내어 수색대원들이 트럭을 이용하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대대 집결지인 임계면 소재지에 도착하니 대대장, 참모전원이 마중 나와 반가움에 대 환영이다. 실종자 없이 전원이 무사히 찾아온데 더욱 더 반가워하였다. 전 중대원은 긴장 이 풀리면서 녹초가 되었다. 다시 보급을 받고 야산에 배치되었다. 미국 야전식 C레이션은 처음 받아 본 식량이다. 특히 커피는 먹는 방법을 몰라 소대장님께서 반합에 물을 끓이라 하여 커피와 프림, 설탕을 타서 나누어 마셔보니 별 맛이라 지금도 커피 마실 때 그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3일간 휴식을 취하고 부족한 장구와 보급품을 지급받고 재정비하여 재 진격이 시작되었다. 적군은 역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 10중대는 향로봉에서 예 비중대로서 적과 접촉없이 동해변 강릉시를 거쳐 38선을 넘어 동해로 흐르는 양 양천을 도하 할 무렵 물가 모래사장에 적이 지뢰를 매설해 놓아 중대원이 도하를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대대장님께서 권총으로 공포를 쏘면서 빨리 전진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물가에 지뢰가 매설되었다는 연락을 무전으로 대대장님께 보고하고 이동로 를 정찰하면서 무사히 도하하였다. 만약 야간에 행동하였다면 큰 피해가 날 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