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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기 군사연구 제129집 271 1951년 5월 중공군 총공세에 맞서 싸우는 3사단을 지원하는 임무을 부여 받았다. 우리 중대는 오대산 가는 입구에서 하차하여 마을과 골짜기를 지나 산 중턱에 중대가 배치되어 호를 파고 방어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을 때 야간에 가끔 예광 탄이 날고 총소리만 들였을 뿐 별 사항은 없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아침 6시경부터 우리중대 좌편 앞산에서 맹렬한 전투가 시작되어 10시경에 아군이 패하고 후퇴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 중대가 후방에 위치한 고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대대본부에서 전화로 하달되어 고지를 향해 오르니 5월이라 녹음도 짖고 군복도 비에 젖어 몹시 힘이 들었다. 고지에 집결하니 1개 소대규모의 특공대를 조직하라는 무전연락이 대대에서 왔다. 단독 무장으로 특공대를 조직하여 대기하고 있을 때 우리중대 뒤 논 들판 에 배치되어 지원하던 포대가 적의 기습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고지에서 목격하고 대대에 무전 보고하였더니 특공대는 해체하고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라 는 무선 연락이 왔다. 곧 철수하여 어느 마을 뒷산으로 이동하여 호를 파고 방어 태세를 취하였으나 야간에 별 사항은 없었다. 아침 10시경 되자 철수 준비하라는 무전연락이 와서 철수 준비를 완료하고 있 었으나 다음 연락이 없어 무전호출을 계속하고 있을 때 갑자기 따발총으로 적이 기습해 와서 대항도 못해보고 풍지박산이 되었고 건너편 고지로 향해 오르니 뒤 에서 따발총소리가 빗발쳤다. 앞산 고지에 오르면 적과 대항할 것으로 생각하고 허겁지겁 오르다가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아 위로 쳐다보니 국군복장이 아닌 중공군이었다. 중공군이 바위에 엎드려 총구에 연기를 뿜으며 사격을 해 왔다. 나도 급한 마음에 바위틈에 주저 앉아 생각하니 앞뒤로 완전포위 당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방을 살펴보니 중대장 님과 소대장, 무전병이 동쪽 계곡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았고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중대장님을 향하여 뛰었다. 후퇴하는 진로에 산발적으로 포탄이 터졌다. 그렇다고 머물다가 포로가 되기는 싫었다. 죽으면 죽고 무조건 뛰어 계곡을 타고 산굽이를 돌아가니 포성과 총성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