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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기 군사연구 제129집 269 법석이다. 중대원들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기대가 컸다. 비행기 소리와 동시에 수 송기(채다리 비행기)가 나타났다. 기쁜 함성이다. 그런데 우리대대지역이 아닌 북 편고지로 향해 고도를 낮추면서 투하하기 시작했다. 하얀, 노란, 빨간 색색 낙하 산에 박스가 매달려 떨어지는 것이 진풍경이다. 우리 중대와는 거리가 멀다. 다음은 우리 중대에도 투하 하여 주리라 기대하고 기다렸으나 수송기는 회항 하고 보급은 캄캄 무소식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세이버 제트기(쌕쌕이)가 나타나서 보급품이 투하된 곳에 기총 사격과 화폭탄을 퍼부어 불바다를 만들었다. 우리는 영문을 모 르는 상황이다. 적진에 보급품이 투하되어 이를 소각처리 하는 모양이다. 이젠 보급 수송기가 다시 온다 해도 어두워서 투하작전이 될 수가 없을 것이 다. 모두가 맥이 풀리고 사기 또한 저하되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질 무렵 우리 중대 뒤에 배치된 제1소대 쪽으로 적이 맹공격을 감행하여 왔다. 대항이 없던 암 벽 위에서도 사격해 왔다. 양편에서 공격을 하니 바위산이라 은폐가 되지 않고 기관총탄도 한통뿐이고 개인이 소지한 M1 총탄도 많지 않아 철야를 버틸수가 없 다. 제1소대가 무너지면 우리중대는 완전히 포위되어 비켜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판단한 소대장, 선임하사, 향도가 철수할 것을 중대장님께 건의하여 중대장 이하 간부급에서 적을 고착 견제하면서 제2소대와 3소대원을 슬슬 철수 시켰으나 지형 도 험하고 집결지를 정하지 않아 뿔뿔이 흩어지니 오합지졸이었다. 화기 소대장 김영수 중위님께서 종문아 너도 빨리 빠져라 하기에 소대장님 의 배낭과 나의 배낭을 챙겨 행동을 망설이고 있을 때 제2소대 기관총사수 손병 윤(같은 마을 옆집에 살던 2살 위의 12촌 조부 뻘)께서 기관총을 매고 빨리 가자 고 하기에 두 사람이 행동을 같이하여 진지를 빠져 나왔다. 하지만 집결지를 정 한 곳이 없어 무턱대고 험준한 산 중턱으로 달려 어느 정도를 후퇴하니 산 능선 에 길이 있으나 어둡고 지형도 낮설은 곳이라 가벼이 행동도 할 수가 없어 몇 사 람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앞으로의 행동을 의논하였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길 옆 가랑잎이 쌓인 바위 밑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였다.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날이 밝았다. 밝은 날 에 동쪽계곡을 보니 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신흥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