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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기 군사연구 제129집 267 전방에는 적이 있으니 불을 피우거나 담배를 피우지도 말고 떠들지도 말 것이 며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사항이다. 그러다 보니 야심한 산골에는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그때 적막을 깨고 천지를 흔드는 몇 발의 포격이 후방 능선에 가 해왔다. 적의 포격이니 동요하지 말고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무선연락이 왔다. 소 대장님의 순찰에 본 전령도 따라가서 포격사항을 알렸다. 적의 위협 포격인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출동준비를 하고 대기하다가 14시경에 앞 능선으로 올랐다. 갑 자기 기관총과 박격포성이 산천을 울려 “뒤로 전달 전방에 적 발견 전투 준비”를 전달, 전투가 시작되었고 우리 대대는 전투태세로 전환되었다. 호남지구에서 공비토벌 작전 임무를 경험 한 적은 있지만 적과 대치하여 전투를 한 적은 처음이다. 고참이라고는 선임하사관과 향도뿐이고 이하 병들은 50년도 9월에 입대한 신병들이다. 우리 10중대는 대대 후방에 배치되었다. 적은 높은 암벽 위에 있고 우리 중대는 암벽 동쪽 아래에 있고 암벽 북쪽은 절벽이라 공격 할 수가 없어서 제9중대가 암벽 남쪽으로 이동하여 서쪽 암벽 밑 조그만 한 능선을 공격하여 점령하였으나 탄약이 부족하여 약간의 병력 손실을 내고 18시경 우리 제10중대와 임무교대 하였다. 적은 암벽 위에 있고 우리는 암 벽 밑에 있어서 적병은 감시대 위에 있고 우리는 감시대 밑에 있는 것과 같았으 나 적병은 포위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적은 암반 위에 있어 만만치가 않았다. 바 위 능선이라 호도 못 파고 은폐하기가 용의치 않아서 적의 사격을 받아도 활동에 제약을 받아야만 했다. 적진에서 사격하면 박격포와 기관총으로 응사하여 적을 제압하여야 했다. 그러 나 적은 포나 기관총 등의 화기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주력부대가 아니고 전 초병인 것 같았다. 어둠이 깔려 왔다. 포연이 자욱한 진지 서쪽하늘에는 초생달이 지고 있었다. 3일분의 식량도 떨어지고, 밥을 지을 형편도 못되고, 먹을 것과 물 도 없다. 배는 고프지 않았으나 목이 몹시 마르다. 험악한 산에서 동족끼리 살상 하는 전투를 왜 해야만 하는지 남침한 공산주의자들이 너무도 미웠다. 적진 암벽 을 향해 제2소대는 왼편, 제3소대는 오른편, 제1소대는 후방경계, 화기소대와 중 대장 이하 본부요원(서무, 통신, 위생병, 전령)은 중심에 위치하였다. 서로주고 받는 전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