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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전쟁 승리의 전략전술 80 군사연구 제128집 정치적 목적이란 미국의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수 정하도록 강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중동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다. 또 아라비아 반도에 주둔중인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국의 친이스라 엘 편향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중동정책을 바꾸는 결과를 노렸을 것이다. 이와 관 련, 미 정치학자 마이클 도란은 “빈 라덴은 미국과 전쟁을 벌여 미국을 패배시킬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분석했다. 15) 도란에 따르면, 빈 라덴의 진정한 목표는 미국과의 전면전이 아니라, 중동에서 미국과 친미세력을 몰아내고 이슬람 혁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도 이라크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친미 이 라크정권을 전복하는 것이 그들이 설정한 정치적 목표다. 빈 라덴은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년)과 베트남전쟁 당시의 반전 여론을 비롯한 몇 가지 역사적 경험에 바탕, 9․11 테러로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이슬람권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전세계, 특히 미국에서 반전여론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난다면, 특히 미군 사 상자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베트남전쟁 때처럼 미국 내에서 반전여론이 일어나 중동에서의 미군 철수 등 미국의 정책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판단 된다. 구소련 몰락 뒤 세계 유일 초강국인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통해 승리할 수는 없다는 점을 빈 라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빈 라덴은 중장기적으론 미국의 여론을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미국의 반전여론을 일으키도록 유 도함으로써, 그리고 9․11 테러 뒤에 벌어질 전쟁을 통해 이슬람권에 반서방 감 정을 증폭시킴으로써 빈 라덴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정치적으로 이기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안에서 부시 행정부가 빈 라덴 동 조세력을 상대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을 비판하고 견제해주길 기 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다수의 여론이 왜 중요한가. 역사는 일단 분쟁 당사국의 여론이 악화되면, 그 상대편은 승리를 선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50년대의 한국전쟁, 알제리아 독립전쟁(1954∼1962), 그리고 60년대의 베트남 전쟁이 고전적인 보기들이다. 이 세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일어난 여러 전쟁 가운데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인명피해를 낳은 비극들로 기록된다. 알제리아 출신 의사 프란츠 파농의 15) Michael Doran, “Somebody Else's Civil War” in Foreign Affairs, vol 81, no. 1 (January/February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