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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쟁 사 군사연구 제128집 75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반미정서를 녹이고 민심을 끌어안 을 수만 있다면 그 전쟁은 확실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본 논문의 주제는 “승전국은 패전국의 민심(public opinion)을 ‘점령’(장악)해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고 지속적인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심을 ‘점령한다’(occupy)란 군사적 용어이지만, 곧 민심을 얻는다(secure)는 뜻 이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민심을 달래고 흉흉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 는 것은 승전국이 점령정책을 효율적으로 펴나가기 위한 현실정책적인 방편이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승전국이 전통적인 정의의 전쟁론(just war theory) 에서 한 기준으로 꼽는 ‘올바른 의도’(right intention)를 갖고 패전국의 안정과 국 가재건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전쟁을 정의롭게 종식시키는 기준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다. 일반적으로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론은 세 가지 기준으로 구성된다. 즉 전쟁 을 정당하게 시작하는 ‘전쟁 선포의 정당성’(jus ad belgaum), 전쟁 중에 전쟁범 죄를 저지르지 않는 ‘전쟁 행위의 정당성’(jus in ballo), 그리고 전쟁 마지막 단계 에서 정의롭게 전쟁을 마무리하는 ‘전쟁종식의 정당성’(jus post belgaum)이 그러 하다. 위의 세 기준이 각기 모두 중요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전쟁종식의 정당성’ 과 관련해서 전승국은 패전국(피점령국)의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 다. 민심을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끊임없는 저항 과 혼란이 거듭될 뿐이다. ‘전쟁종식의 정당성’(jus post belgaum)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교전국의 민 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브리안 오렌드도 강조했듯이 ‘올바른 의 도’(right intention)가 매우 중요하다. 2) 패전국에 대해 복수를 하겠다는 의도를 버리고, 전후 국가재건을 돕겠다는 전승국의 ‘올바른 의도’는 피점령국 민심을 안 정시키는 요체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전쟁 마무리 단계에서 인간안보와 지속적 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실천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편 클라우제비츠는 “아무도 전쟁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먼저 분 명히 하지 않고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3) 클라우제비츠가 의도한 것 은 전쟁의 승리다. 그는 이른바 ‘정의의 전쟁론자’는 아니며, 따라서 정의의 전쟁 2) Orend, War and International Justice: A Kantian Perspective, p.232. 3) Clausewitz, Carl von. On War, translated by Michael Howard & Peter Paret. (New Jersey : Prinston University Press, 1976), p.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