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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전쟁 승리의 전략전술 74 군사연구 제128집 I. 머 리 말 21세기 문턱이라 할 2001년 9월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3천명 가까운 목숨을 하루아침에 앗아가면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을 충격 속 으로 몰아넣었던 9·11 테러사건의 후폭풍은 국제정치의 지평에 커다란 변화를 일 으켰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름 아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이라 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미국의 안보 를 위협할만한 반미국가들을 ‘악의 축’이라고 낙인찍으면서 이들 국가가 이라크에 서처럼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압력을 가해왔다. 그런 국제정세 아래서 리비 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은 체제안보의 부담을 덜고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 어나기 위해 지난날의 반미노선을 거두고 미국의 중동정책에 타협적인 모습을 보 이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미국의 평화’는 불안한 평화다. 특히 테러 위협으로 많은 미 국인들이 불안에 떤다. 걸핏하면 테러비상이 걸리곤 한다. 많은 시민들은 이른바 ‘미국 요새’(American fortress) 안에 있으면서도 테러공포로 고통에 시달리는 모 습이다. 9·11 뒤 미국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은 ‘전쟁-종전협정-평화’라는 고전 적인 등식과는 다르다. 전 세계 반미 저항세력들을 상대로 벌이는 21세기의 새로 운 ‘무한전쟁’의 가능성마저 보인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뿌리 를 뽑을 때까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거듭 말해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 탄의 저항세력은 그들이 벌이는 투쟁은 침공국인 미국에 맞서는 ‘반미 지하드 (jihad, 성전)’라 여긴다. 서구의 테러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테러의 개념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폭력’ 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국가가 아닌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인 무장집단들 이 왜 테러를 벌이는가의 정치적 동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테러의 결과에 초 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과 영국의 시각에선 ‘테러와의 전쟁’ 또는 ‘전 세 계 극단주의와의 투쟁’이지만, 이슬람 저항세력의 입장에선 지하드다. 1) 이렇게 상 이한 두 세력이 맞설 경우 군사적 승리는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1)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은 2002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저항은 순교이자 지하드다. 우리의 저항을 ‘테러’라 일컫는다면, 그것은 이스라 엘이 벌이는 ‘국가테러’에 맞선 ‘테러의 균형’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재명,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서울 : 지형, 2005), pp.7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