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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전쟁에서의 ‘피의 능선’ 전투 교훈 108 군사연구 제128집 발, 그리고 중화기를 분해한 부품들을 등에 메고 정글 속을 행군해야만 하였다. 일본군 공병대가 도끼, 정글도, 톱을 이용하여 정글에 만든 이 통로를 제2사단장 의 이름을 따서 마루야마 길(丸山道)이라고 불렀다. 정글지대는 맨몸으로 다니기도 어려운 곳이다. 이곳을 총을 메고 12일분의 식 량과 탄약, 거기에다 분해한 중화기의 부품이나 포탄 한 발씩을 등에 지고 전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일본군도 사람인데 정신력만 가지고 이 어려 움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병사들이 지고 가던 포탄과 중 화기의 부품들을 정글 속에 버렸다. 일본군은 제대로 된 지도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고 무거운 야포를 밧줄을 이용하여 병사들의 인력으로 정글 속을 끌고 가 다가 도중에 포기하였다. 10월 16일, 이 통로를 이용하여 일본군의 첫 부대가 이동을 시작하였으나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을 정도의 통로여서 병사들이 일렬종대로 통과하다보니 선두부대가 아침에 출발했으나 후미부대는 오후가 될 때까지 출발을 기다려야 될 정도로 긴 대형을 갖추어 정글지대를 걷게 되었다. 밥을 지을 때 연기가 나면 미 군의 전투기가 곧바로 공중공격을 감행할 것을 예측하여 쌀이 있어도 제대로 밥 을 지어 먹을 수 없었다. 또한 긴 대형 만들어 정글지대를 이동하다보니 선두부 대와 후미부대 간에 연락이 제한되고 효율적인 부대 지휘 통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라. 전투 직전, 지휘관의 파면 10월 17일, 라바울에 있는 제17군 사령부로부터 가장 최근에 일본군 정찰기 가 촬영한 헨더슨 비행장 부근의 미군 방어진지에 대한 항공사진이 과달카날에 있는 일본군에게 전해졌다. 정글지대를 이동하고 있는 가와구치 소장에게도 전해 졌는데, 이 사진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지난 달, 피의 능선 전투를 벌일 때보다 미군의 비행장 남쪽 방어 진지(피의 능선)는 훨씬 더 보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이번에 일본군이 공격을 하더라도 전투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 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가와구치는 사단장 마루야마에게 공격계획을 변경할 것 을 건의하려 하였으나 정글지대에서 사단장을 만나러 뒤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글속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과하고 일본군 참모들이 쉽게 세운 계획 은 실제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어려움에 부딪쳐 공격 예정일까지 공격선 상에 도착한 부대는 전혀 없었다. 또한 마타니코 강을 건너 해안을 타고 비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