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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I 딸, 아내, 어머니로서의 삶 I 고려는 불교국가로서 많은 고승이 배출되었다. 승려가 되면 승과를 통해 승직을 가질 수 있었 고, 이에 따른 전시과 토지는 물론 면세와 면역 특권도 누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에 승직은 매우 선호도가 높아 세 아들 중 한 명, 혹은 네 아들 중 한 명으로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여성들이다. 과연 여성들도 승 려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승려가 되면 남자와 마찬가지로 지위와 특권을 누릴 수 있 었을까. 고려왕조 전시기 동안 승직을 가진 여성은 진혜대사 단 한 명 뿐이다. 그녀는 어떠한 사 람이었을까? 진혜대사는 고종 42년(1255) 명문 양천 허씨 가문의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위 관료로 뒤 에 수상까지 지낸 허공, 어머니 역시 여진족 토벌로 유명한 윤관의 후손이었다. 형제는 9명이었 는데 충선왕비가 된 순비를 비롯해 모두 왕실이나 명문가와 혼인하고 고위 관료가 되었다. 당대 제일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그녀는 묘지명에 의하면 성품이 정숙하고 신의가 있으며 아름답고 비구니로서대사칭호를받은 고려의승려진혜대사